기업의 운명을 하룻밤 사이 뒤바꿔 놓는 기업 인수합병(M&A)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업종을 망라한 초대형 M&A는 산업 구조 재편은 물론, 개별 기업에게도 신(新)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신 개척지를 열어주는 M&A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사인 맥킨지 서울사무소의 롤랜드 빌링어(41) 대표로부터 새 경영 화두로 떠오른 글로벌 M&A 전략에 대해 들어보았다.
빌링어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이제 구문이 됐다"며 "기업 크기와 성장이 영업 성과와 직결되는 만큼 한국 기업들은 우선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도 해외기업 M&A를 통한'글로벌 챔피언'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을 세 부류로 구분했다. 첫번째 그룹은 현지에서 성공한 로컬 리더그룹, 또 다른 그룹은 세계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글로벌 리더 그룹, 세 번째로는 글로벌 리더보다 한 단계 높은 글로벌 챔피언 그룹이다.
빌링어 대표는 "맥킨지가 글로벌 기업 2,000개를 조사해 본 결과 글로벌 리더그룹은 426개 기업이었고, 글로벌 챔피언에 속하는 기업은 68개에 불과했다"며 "글로벌 챔피언은 미국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일본기업은 14개에 불과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중국은 2,000개 기업 중 로컬ㆍ글로벌 리더가 4% 한국은 2%였지만 한국은 글로벌 챔피언 그룹이 4%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경우 역외 직접투자가 34%에 불과한 반면, 중국과 인도는 각각 70,80%에 달해 향후 이들 국가 기업의 글로벌화는 더 빠르게 진척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빌링어 대표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면서 분명한 전략 없이 나서는 경우가 많다"면서 "맥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것을 보면 너무 기회주의적인 접근 방식을 찾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시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목표와 미래 방향이 명확히 설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성사된 M&A 중 절반은 실제가치에 비해 비싼 돈을 주고 이뤄졌다. 또 50%의 성공 확률은 과거에 비하면 개선된 수치로 과거에는 M&A 거래 중 3분의 2는 주주들에게 전혀 가치를 주지 못했다.
M&A를 성사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M&A를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는 더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M&A는 기업의 전체적인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인데 M&A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업의 전략을 바탕으로 M&A 전략과 계획을 수립할 때에만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빌링어 대표는 M&A 전략 수립의 전제조건으로 "지리적으로 매력적인가, 인수합병 전략이 자생적인지 유기적인지, 기존의 사업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글로벌화 역량을 얼마나 강화할 수 있을지를 미리 정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M&A는 기존 시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하기에 앞서 글로벌 트렌드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챔피언 기업들은 65% 이상이 자생적으로 M&A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내부적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인수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빌링어 대표는 해외 M&A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전문성 부족을 꼽았다. 또 M&A 이후 기업 이미지 제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 1위 철강업체인 인도 미탈이 프랑스 아르셀로를 인수했을 때 브랜드 이미지 역할을 과소평가해 리스크가 컸다"며 "비즈니스 리스크를 고려한 언론플레이를 잘 하는 것도 M&A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M&A 이후 통합적인 문화 구축이 중요하다는 점도 새삼 강조했다.
그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은 강력한 기업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힘썼다"며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도 중요하지만 지식공유를 어떻게 가지고 가느냐 하는 점도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중요한 항목"이라고 강조했다.
장학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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