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세계2위 은행인 영국계 HSBC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 달 중 양해각서(MOU) 체결 등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다.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되기 위해 그 동안 공을 들였던 국민 하나 등 토종은행 입장에선 ‘푸른 눈의 공룡’을 상대하게 된 셈이다.
■ HSBC의 등장은 ‘누이 좋고 매부 좋고?’
HSBC그룹은 20일 성명을 내고 “자회사인 홍콩상하이은행이 총자산 기준 한국에서 6번째로 큰 외환은행 지분(51%)을 론스타로부터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감독당국의 승인을 얻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HSBC 서울지점 관계자는 “인수에 성공하면 외환은행 이름과 증시상장을 유지하고 고용보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HSBC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사실 지난달 외신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왔다. 금융계 관계자는 “어떻게든 법원 판결 전에라도 매각협상을 마무리하려는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로 아시아지역 영업을 확대하려는 HSBC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싱가포르개발은행(DBS)과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벌이다 금융당국이 DBS를 은행 인수가 불가능한 ‘비금융 주력자’로 분류해 무산되자, 한국에서 지점 형태로 은행업을 하고 있는 HSBC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HSBC 정도라면 최대 난관인 금융감독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무난히 통과하리라는 판단도 섰다.
무엇보다 한국시장 공략강화를 목표로 하는 HSBC에게 국내은행 인수는 못다 이룬 꿈이다. 1998년 제일은행, 99년 서울은행, 2005년 제일은행 등 국내은행 인수에 수 차례 나섰지만 가격을 의식하면서 매번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금융권은 “HSBC로선 마지막 기회라 인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긴장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국민 하나 등 국내은행과 비교해 총자산 규모가 10배 이상 많은 터라 경쟁력 면에선 부동의 절대강자다.
■ 아직은 ‘산 넘어 산’
그러나 HSBC가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되기 위해선 두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금융감독 당국의 승인과 가격조건이다.
특히 금융감독위원회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지난달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법원에서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론스타)에 대해 행정부가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에 기다리겠다”고 말한 것처럼, 금감위 관계자도 이날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밝혔다. 즉, 론스타가 HSBC와 외환은행 매각을 위한 MOU를 맺더라도, 외국은행 불법매각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 전엔 본계약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위측은 더구나 외환은행이 매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려 현재로선 HSBC의 인수가 타당한지 검증작업을 벌일 만한 입장이 아니라고 했다. 또 HSBC가 승인 가능여부를 묻기 위해 직접 접촉해온 사실도 아직 없다고 금감위는 덧붙였다.
당장 HSBC와 경쟁을 벌어야 할 국민 하나 등 외환은행 인수를 희망하는 토종은행의 반응도 아직은 덤덤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상당부분 진행된 걸로 보고 있지만 우리 역시 MOU 체결까지 갔다가 무산된 만큼 결국 관건은 금융당국의 허가”라며 “계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제일ㆍ서울은행때도 그랬던 것처럼 HSBC가 무리하면서까지 큰 돈을 내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금감위가 (법원 판결 전)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 중지를 위해 선제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외국자본은 안된다’는 거부정서도 HSBC에겐 불리한 대목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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