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박근혜 전 대표를 근소한 표차로 누르고 승리,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됐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한 달 여, 비공식 선거운동을 합치면 장장 1년 2개월에 걸친 두 사람의 득표 경쟁은 역대 정당 후보경선에서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고, 그 결과는 극적으로 승패가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승자에게는 축하를, 선전한 패자에게는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어제 한나라당의 모습은 한국사회에서 흔히 보수정당에 대해 갖기 쉬운 이미지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표차가 크지 않아 은근한 우려를 낳은 것과 정반대로 박 전 대표를 비롯한 탈락 후보들은 아낌없는 축하와 박수를 보내고, 연말 대선 승리를 위한 협조를 다짐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낭랑한 연설은 어떤 유세보다도 빛났다. "경선 패배를 인정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밝힌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요구 없이 저를 돕던 순수한 마음으로, 당의 승리를 위해 힘을 합쳐 달라"고 당부했다.
서로 물고 뜯기에 바빴던 득표경쟁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완벽한 모습이다. 끝까지 후보로 남아 단조로워지기 쉬운 경선에 나름대로 이채를 주었던 원희룡 홍준표 의원도 양념 역할에 충실했다.
잘 보이지 않았던 이런 힘들이 많은 우려를 낳았던 한나라당 경선을 최종적으로 멋진 정치행사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정당정치의 수준을 분명히 한 단계 끌어올렸다. 더 이상 경선 불복 등의 이상 사태를 당연한 듯 예상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날 경선 승리로 이 전 시장은 가장 먼저 꼭 4개월 남은 연말 대선 승리를 겨냥할 수 있게 됐다. 그는 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을 되찾아오겠다고 다짐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압도적 국민 지지와 아직까지 마땅한 단일후보를 띄우지 못한 통합민주신당의 상황으로 보아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던 예선도 결코 쉽지 않았다. 본선은 어차피 집안 싸움인 예선과는 사뭇 다르다. 따라서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문제를 점검하고, 다듬지 않는 한 대선 승리를 섣불리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최대 과제인 당의 화합은 박 전 대표 등의 깨끗한 승복 자세로 기초가 갖춰졌다. 이들을 어떻게 감싸 안아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이 전 시장에 달렸다.
이는 경선 과정에서 몰려 든 측근들을 추리는 일과도 맞물려 있다. 아울러 시대정신인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더욱 구체적이고 세련되게 다듬어야 한다.
더욱 적극적으로 세간의 의혹을 풀어야 함은 물론이다. 예상 밖의 근소한 표차는 박 전 대표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는 뜻이지만, 달리 보면 경선 막판에 '도곡동 땅'이나 BBK 문제 등 이 전 시장 관련 의혹이 적지 않은 선거인단의 마음을 돌려세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점은 앞으로 한나라당의 공식 대선후보로서 무엇보다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는 집권 여당을 공격하는 것이 주된 전략이던 전통적 야당 후보의 이점을 누릴 수 없다. 한동안 경쟁자 없는 외로운 대선 행보를 해야 하며 그럴수록 자신을 살피고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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