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져 지나치게 난해하거나 자기중심적인 문학을 추구하는 작가의 태도가 독자와의 소통 부재를 일으켜 오늘날 ‘문학의 위기’를 낳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출간된 문학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가을호는 ‘한국문학의 소통을 위하여’란 제목의 비평 특집에서 젊은 작가들의 탈사회적, 독아(獨我)적 경향을 비판했다. 오늘의>
평론가 이경수씨는 황병승, 김민정, 이민하 등 소위 ‘미래파’ 시인들이 추구하는 난해성을 문제 삼았다. 이씨는 이들의 시가 “현실과 환상, 남성과 여성, 국가와 국가 등 경계를 넘나드는 횡단의 상상력으로 시단의 오랜 침묵을 깨뜨렸다”면서도 “이들의 시적 경향이 지나치게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고 경계했다.
“이들의 실험적 시는 운명적으로 난해성을 동반한다”고 지적한 이씨는 “김수영 시의 난해성이 현실 전복적 불온함에서 비롯했다면, 미래파의 그것은 자신의 세계에 갇혀 독자를 소외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허수경, 이기인, 하종오의 시를 “문제적 현실에 맞서 자기 극복과 소통의 가능성을 여는 시도”라고 평가하며 “최근 우리 시는 허무, 회의를 퍼뜨리는 데 몰두하면서 구체적 삶에서 희망을 찾는 일에 무심하다”고 썼다.
평론가 양진오씨는 한유주와 정이현의 소설을 대비했다. 한유주 소설집 <달로> 를 “형이상학적 윤리 비판과 기원 탐색을 주제로 삼는 점에서 철저하게 근대문학적”이라며 최근 확산 중인 ‘근대문학 종언론’을 견제한 양씨는 “한유주 소설의 낯섦은 세계를 무의미하다며 과거로 회귀하려는 퇴행 심리에서 비롯한 자기 진술 과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달로>
반면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 는 인물 묘사가 전형성을 벗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거대 도시의 마성에 포획된 30대 여성의 불안을 그려 특정 세대가 겪는 실존의 리얼리티를 말했다”는 점에서 독자와 소통 가능한 작품이다. 달콤한>
양씨는 “김훈의 <남한산성> 은 작가가 자신의 말을 아끼고 다양한 입장의 말을 담아 독자의 주체적 읽기를 유도한다”며 “정이현 방식이든 김훈 방식이든 우리 소설은 독자와의 소통을 모색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남한산성>
한편 평론가 김주연씨는 계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문학 작품과 비평이 현실을 도외시한다고 성토했다. 김씨는 “품위와 교양은 지배문화라는 이름으로 폄하되고, 범죄와 패륜에 가까운 엽기는 전복과 전위라는 이름으로 옹호된다”며 “전복과 전위는 보다 인간적이고 훌륭한 삶을 성찰하면서 현실과 규범을 재해석할 때 정당성을 갖는다”고 썼다. 문학과사회>
중국 작가 위화(余華)의 사회적 소설을 호평한 김씨는 “20여 년의 독재, 권위주의 시대가 우리 소설 속에서 설득력있게 묘파된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당대의 핵심을 그린다는 점에서 이청준, 김주영, 황석영, 김원일, 윤후명, 김훈 등이 한국 소설의 젊은 현역”이라며 “소장 작가들은 답답한 골방으로의 유폐에서 탈출해 문학적 혁명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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