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이명박만의 외교·안보 콘텐츠로 범여 '평화' 대응 필요
이명박 후보는 이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경선 과정보다 훨씬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본선 길을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 화합과 검풍(檢風) 및 범여권의 도덕성 공세 대응은 이 후보의 운명을 가를 양대 과제로 꼽힌다.
우선은 박근혜 전 대표를 확실히 끌어 안아야 한다. 이는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고 본선에 당력을 집중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여기에 실패하면 승리를 기약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박 전 대표가 적극 협력할 때라야 범여권과 맞설 수 있다. 만약 당이 분열한다면 예측키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때문에 이 후보는 진정한 의미의 포용력을 보여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가 선거인단 투표에서 지고 여론조사에서 앞서 초 박빙의 표차로 승리했고,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다소 다르다는 점에서 화합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이 후보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수락연설에서 화합과 포용을 역설했지만 박 전 대표가 어떻게 나올 지 미지수인 데다 경선 과정에서 워낙 심각하게 충돌한 터라 적극 협력을 끌어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화합과 함께 한편으론 당 혁신이라는 과제도 놓여 있다. 어떻게 보면 상충되는 듯 보이는 화합과 혁신을 조화롭게 이뤄내야만 한다.
한나라당의 기존 이미지를 쇄신하고 당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이다. "경선 과정에서 싸움만 있었지 한나라당이 왜 집권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 제시는 없었다"는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해 집권비전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민 컨설팅 박성민 대표는 "대세론에 안주하려고 한다면 또 다시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대대적 공세와 검풍은 이 후보가 반드시 넘어야 할, 버거운 산이다. 도곡동 땅 차명 보유와 BBK 관련 의혹 등에 대해서는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의혹을 완전 해소하지는 못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경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가 높아질 범여권의 네거티브 공세가 사실상 예고돼 있다. 새로운 의혹이 터질 수도 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네거티브에 대한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본선에서도 큰 문제 없을 것"이라면서도 "네거티브 대응팀 확대 등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여겨지는 외교ㆍ안보 콘텐츠를 강화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특히 10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한반도 평화 비전에 대한 이 후보만의 분명한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범여권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이 후보가 '경제 지도자'에서 '국가 지도자'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보여줬던 말 실수 등을 조심해 안정감을 높이고, 약세를 보인 TV토론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 후보는 전에 없이 어려운 처지에서 본선의 바다로 나가고 있는 셈이다.
정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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