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동안의 침착하고 신속한 대피가 승무원과 승객 165명의 생명을 살렸다.
20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나하(那覇)공항에서는 대만 중화항공(China Airlines) 소속의 최신 여객기인 보잉 737기가 화염에 휩싸였다.
충격 속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승무원과 승객들의 생사를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NHK방송은 긴급 방송으로 사태를 생중계했다. 그러나 승무원과 승객들의 침착한 행동으로 사고는 아무런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비행기 엔진이 폭발하고 화염이 비행기 내를 휩쓸기 직전 이들은 동요 없이 탈출 슬라이드를 탔다. 마지막 객실 승무원이 탈출한 것은 엔진이 큰 폭발을 일으키기 10초 전이었다. 조종사는 폭발과 동시에 조종실 창문에서 뛰어 내렸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157명의 승객과 8명의 승무원 전원이 모두 무사하게 탈출했다.
상황은 매우 긴박했다. 오전 8시 15분 타이베이를 출발, 10시 27분 나하공항 활주로에 착륙한 이 비행기는 주기장 도착 1분 뒤인 10시 35분 왼쪽 날개의 제1엔진이 폭발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착륙할 때만 해도 별다른 이상을 못 느꼈기 때문에 비행기 바깥의 시커먼 연기를 발견하고 탈출하기까지는 1분의 시간뿐이 없었다.
항공 전문가들은 "보통 항공사의 긴급 대피 훈련은 90초를 목표로 한다"고 한다. "165명 전원이 60초 안에 불타는 비행기를 탈출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한 승객은 "바깥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 오르는 상황에서 1분 정도 대기하다 비상 탈출했는데 탈출 직후 비행기에 맹렬한 불길이 옮겨 붙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일본 당국은 오전 11시 30분께 화재를 진압할 때까지 나하시의 소방차를 모두 동원하는 등 총력을 쏟았다. 일본 경찰청은 연료 누출로 발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테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사고기는 보잉 737 기종 중 차세대라고 할 수 있는 '대시(dash) 800'시리즈로, 최신 항법 시스템과 저연료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