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그늘은 깊었다. 경선에서 석패한 박근혜 전 대표측 관계자들은 “투표 결과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막판 대역전극을 확신했기에 아쉬움은 더욱 짙게 남았다.
전당대회가 끝난 후 캠프 관계자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여의도 사무실로 속속 모여들었다. 이미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이혜훈 대변인은 “선거에서 한 표 차이라도 진 것은 진 것”이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왈칵 눈물을 쏟았다. 유승민 의원은 “경선 결과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서로가 얼싸 안고 등을 토닥이며 격려하던 것도 잠시, 일부 격앙된 박 전 대표 지지자 5, 6명이 사무실을 찾아와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여론조사로 도둑맞은 선거를 눈뜨고 가만 지켜볼 것이냐”며 따졌다.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던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대표가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는데 우리가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홍 위원장은 이어 “여론조사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캠프 관계자 30여명은 사무실 앞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눈물의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안병훈 선대위원장, 김무성 조직총괄본부장 등 캠프 중진들은 별다른 말 없이 참석자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았다. 일부 참석자들은 경선 패배의 책임을 놓고 잠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어디 선거 한두 번 해보냐”며 “억울하기는 하지만 투표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겼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박 전 대표 지지자 50여명은 한나라당사와 캠프 사무실 앞에 몰려와 밤 늦게까지 “박근혜”를 연호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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