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독학으로 노벨상을 여러 개 받을 만한 물리 법칙을 발견했다는 아마추어 물리학자의 주장이 과학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9일 과학계에 따르면 S시사월간지 8월호는 <한국 재야 과학자 '제로존 이론', 세계 과학사 새로 쓴다!> 라는 발굴 기사를 통해 치과의사 출신 양동봉(53) 표준반양자물리연구원장의 이론을 소개하고, 중성미자의 질량을 규명한 그의 미발표 논문이 "노벨상 0순위"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한국>
이후 청와대 비서실은 정부 차원의 지원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한국과학재단과 고등과학원에 진위 여부를 파악토록 지시하는 등 개입 움직임을 보여왔다.
물리학계는 당초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처럼 정부가 나서고 월간지에 양 원장을 지지하는 과학자의 이름까지 거론되자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물리학회는 건전한 과학보도를 위해 최근 설립한 대언론지원단(단장 아주대 김영태 교수) 회의를 16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학회는 양 원장이 논문을 제출했다는 학술지 편집장에게 심사 상황을 문의하고 양 원장의 논문을 입수해 검증키로 하는 한편, S지 다음 호에 학계의 반론문 보도를 요청키로 했다.
양 원장의 논문은 2006년과 2007년 <유럽물리학회지> 등에 투고한 2편이다. 양 원장은 "한 편은 13개월째 리뷰 중이고 다른 한 편은 '거절'이 아니라 '반송'됐다"고 밝혔다. 유럽물리학회지>
고등과학원의 한 교수는 "3년 전 양 원장이 삼성그룹에 거액의 연구비를 요청해 삼성종합기술원과 함께 검토한 적이 있다"며 "기업에 대해 연구비 지원을 요구하는 행위는 건전한 연구 분위기를 망치는 일인 만큼 학계가 공동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양 원장은 "10여년 전 대전에서 하던 치과를 후배에게 넘기고 속초에서 공부를 하다가 2000년 서울로 올라오게 된 데에는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모 그룹 회장의 도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대림아크로빌에 2채의 거처 겸 사무실을 쓰고 있다.
양 원장은 과학계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학계가 재야 과학자에게 논문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돕지는 못할 망정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 '제로존 이론' 뭔가
양 원장이 창안한 '제로존 이론'이란 질량, 길이, 시간, 광도, 물질량, 전류, 온도라는 7개 기본 단위를 숫자로 바꿔 호환되도록 한 것이다. 양 원장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두고 숫자(실험측정치)를 입력했을 때 숫자들 사이의 관계를 식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돌렸다. 예를 들면 '쿼크와 전자의 관계식' 같은 식이 수백 쪽짜리 책 한 권이다.
양 원장은 이런 식으로 단위를 숫자로 바꿔 세계 물리학계가 공인한 실험측정치(CODATA)와 비교한 결과 64개 중 60개가 거의 같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광속, 플랑크 상수, 시간이 모두 1로 같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결과"라며 "이렇게 단위를 통일하면 복잡한 과학을 몰라도 누구나 모든 과학을 검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물리학자들은 "어려운 물리학 수식을 동원하고 있으나 개념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입자물리학에서 서로 연결된 물리량끼리 계산이 쉽도록 '광속=플랑크상수=1'이라는 가정을 쓰지만, 양 원장처럼 전혀 관계 없는 7개 단위를 하나로 묶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실험측정치(CODATA)와의 비교결과에 대해선 "애초 실험값에 맞도록 도출된 7,8개의 값에서 출발해 사칙연산을 결합하면 총 64개 값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강대 이범훈 교수 등 10여명의 입자물리 전공자들은 "제로존 이론은 과학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결론의 답변서를 과학재단에 제출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