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피말렸던 1년 2개월여의 경선 전쟁을 통해 본선에서의 가능성과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전 시장은 경선 레이스에서 ‘경제지도자’ 이미지를 선점했다. 현대그룹 CEO출신임을 내세우며 “경제 하나는 확실히 살리겠다”고 부르짖었고, 이는 국민들의 경제 회복 심리와 맞물리며 높은 지지율의 원천이 됐다. 또 박 전 대표 측과 범 여권의 집중적인 네거티브 공격을 일단 버텨낸 것도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 지지율이 50%를 넘자 거품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35%선을 지켜낸 것은 저력으로 지적된다. 특히 수도권과 30~40대의 이른바 ‘중간층’에서 강세를 보여 본선 경쟁력이 확인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대 승부처이지만 전통적 약세였던 수도권에서 이 전 시장은 지지율 40%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이전 한나라당 후보들과는 달리 호남에서도 일정한 지지를 얻는 등 전국적에 고른 기반을 갖춘 것도 중요 포인트이다.
그러나 재산 관련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고,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어서 큰 부담이다. 재산문제는 본선에서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또 당초 예상과 달리 TV토론 등에서 약세를 보였다. “1970~80년대 빈둥빈둥 놀던 사람들이 나를 비난한다”는 발언 등 설화가 적지 않은 점도 안정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박 전 대표는 ‘연약한 여성’ 이미지를 상당부분 걷어냈다는 평가다. 이 전 시장에게 지지율 20% 포인트 이상 뒤지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이긴다”는 확신을 주며 캠프를 이끌었고, 뒷심을 발휘해 접전 구도를 만드는 강한 리더십을 보였다. 또 고비 때마다 원칙을 내세우며 ‘정도를 걷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은 것도 성과이다. 고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 등 네거티브 공격 역시 거의 박 전 대표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해 ‘네거티브에 당하지 않을 후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는 평을 듣는다. 또 “참 나쁜 대통령” 발언 처럼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와 침착한 말솜씨로 TV토론 등에서 강점을 보였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지나치게 네거티브에 의존한 선거운동 전략으로 “보여 줄 컨텐츠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또 이 전 시장의 지지도 하락 속에서도 지지율이 30%의 벽을 넘지 못해 지지층 외연 확대에 한계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5ㆍ16은 구국혁명”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 대한 역사인식과 강경 보수 이미지도 장애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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