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 민음사무엇이 삶의 코드인가무거움 아니면 가벼움?
1968년 8월 20일 소련과 바르샤바조약기구의 군대 20만여명이 프라하를 무력침공했다. 이 날로, 체코의 지식층을 중심으로 그 해 봄부터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목표로 일어난 민주자유화운동을 일컫는 '프라하의 봄'은 종말을 맞았다.
프라하의 봄을 생각하면 빼놓을 수 없는 책이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78)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다. 쿤데라는 프라하의 봄을 역사적 배경으로 역사와 인간, 애욕과 인간이라는 근본적인 인간 실존의 문제를 지극히 매력적인 지적 성찰로 풀어내고 있다. 참을>
"영원히 사라져 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삶은 하나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은 아무런 무게도 없는 하찮은 것이며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삶이 아무리 잔인했든, 아름답거나 찬란했든, 그것은 마찬가지다."
소설 첫머리에서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과, 가벼움과 무거움을 존재의 대립항으로 보았던 기원전 6세기의 그리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를 화두로 던지는 쿤데라는 프라하의 봄과 소련의 침공이라는 역사적 현실에 내던져진 인물 4명의 사랑과 성(性)의 이야기로 그 해답을 풀어나간다.
'그래야만 한다'는 삶의 무게로부터 도피를 꿈꾸면서 사랑과 섹스는 별개라고 생각하며 여자들을 전전하는 외과의사 토마스, 스스로의 존재의 가벼움에 끊임없이 회의하며 토마스와의 운명적 사랑을 믿는 카페 여종업원 출신의 테레사, 자신을 둘러싼 모든 정치사회적 무거움으로부터의 자유를 갈망하는 화가 사비나, 사비나의 가벼움을 사랑하지만 그녀로부터 배반당하는 대학교수 프란츠.
4명의 주인공은 의미와 무의미, 무거움과 가벼움, 영혼과 육체, 운명과 우연 같은 존재의 코드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쿤데라는 묻는다. "자 그러니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무거운 것을? 아니면 가벼운 것을?"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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