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율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많은 관심과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당 대의원, 당원, 일반국민 선거인단은 폭염 속에서도 전국 시ㆍ군ㆍ구청 등에 마련된 248개 투표소를 찾아 투표권을 행사했다.
투표는 전체적으로 순조롭게 이뤄졌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자와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날 투표소를 찾은 선거인단은 투표 참가 이유로 하나같이 ‘정권 교체’를 꼽았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간 보였던 이 전 시장 측과 박 전 대표 측의 극한 대립을 우려하며 경선 이후 당 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투표를 마친 김정숙(62ㆍ여)씨는 “너무 살기가 어렵다.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투표소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일반국민 선거인단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된 김기동(65)씨는 “정권 교체에 적합한 인물을 선택했다”며 “주변에서 이번 경선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경선 이후 후유증이 치유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휴가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는 이모(41ㆍ여)씨는 “정권을 바꾸고 싶다”면서도 “지금 모습으로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화합하지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의원 이수철(41)씨는 “경선에서 진 후보가 본선에서 중책을 맡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대의원 최모(35ㆍ여)씨는 “지금까지 경선에 불복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 왔다. 이번만은 승자와 패자가 서로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의 모습은 선거일인 이날까지 이어졌다. 투표소 주변에서는 휴대폰으로 아직 투표소에 오지 않은 사람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모습이 줄곧 눈에 뜨였고, 일부 지지자는 투표소 입구에 상주하면서 아는 사람이 입장하면 눈 인사를 통해 표심을 자극했다.
같은 경선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끼리 투표를 마친 뒤 악수하며 승리를 다짐하기도 했으며, 일부 선거인단은 차를 함께 타고 투표소에 나타나기도 했다.
투표소 주변은 토론회장을 방불케 했다. 일찌감치 투표를 마친 선거인단은 삼삼오오 투표소 주변 휴게실 등에 앉아 어느 경선후보가 더 나은지 옥신각신했다. 이들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경제를 살릴 대통령이 필요하다” “부와 권력을 함께 가지려고 해선 안 된다”는 말들이 오갔다. ‘몇 % 포인트 차이로 누가 이긴다’는 전망을 서로 내놓기도 했다.
극렬 지지자 간의 충돌도 있었다. 오전 7시30분께 서울 성북구청에서는 한 선거운동원이 다른 경선후보 지지자에게 “똑바로 하라”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사건이 발생했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특정 후보를 상징하는 손수건 등을 몸에 지니고 와 다른 후보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등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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