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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위에 경찰청?

입력
2007.08.2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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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정홍보처 경찰 등이 ‘자유로운 취재’약속을 깨고 경찰에 대한 ‘취재 봉쇄’에 가까운 지침을 언론에 일방 통고하자 3개 기관이 그동안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시행(9월1일)을 앞두고 시간 벌기용 연막전술을 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홍보처에 ‘현 취재 시스템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경찰은 1년 만에 경찰에 대한 언론의 접근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는 지침을 내놓으면서 입장 변화에 대한 설명 없이 ‘원칙은 바꿀 수 없다’‘원칙을 수정하겠다’는 등 오락가락해 비난을 사고 있다.

정부 공언(公言), 빈말(空言) 돼

청와대와 홍보처 고위 관계자들은 5월 22일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경찰 취재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6월 13일과 18일 서울경찰청 출입기자들과 만나 경찰 출입 언론사를 기존 17개사에서 일정 수준 늘이는 대신 취재 시스템은 현재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당시 “정부가 기자의 경찰서 출입을 거의 봉쇄하겠다고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르며 취재를 제한하지 않겠다”며 “유일하게 달라지는 것은 (출입 언론사) 개방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통합송고실은 서울청(에 두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도 5월 22일 “선진국에도 경찰서 기자실은 없지만 기자 출입을 제한하진 않는 만큼 출입과 취재를 막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3개월 가까이 “홍보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기자들과 협의 한 번 없이 쉬쉬해 오다 14일에야 ▦사실상 경찰서 출입 금지 ▦경찰청에 통합송고실 설치 ▦면담 취재 시 사전 공문 제출 등 기존 발언과 약속을 뒤집는 지침을 내놓았다.

경찰이 ‘독소조항’ 넣었나

경찰 담당 기자들이 16일 이 같은 내용의 지침을 전면 거부하는 등 격하게 반발하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취재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 기자들의 의견을 들어 대책을 마련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찰 안팎에선 경찰이 청와대와 홍보처의 지침을 확대 해석해 ‘과잉 충성’을 했고, 청와대와 홍보처도 모르는 척 하며 기자들의 반응을 떠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경찰청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추진 개요’ 문건에 따르면 홍보처는‘업무 공간 무단 출입을 방지할 조치 강구’ 등 추상적 지침만 내렸을 뿐 구체적 방안은 적시하지 않았다. 윤 수석이 결국 허언을 한 셈이 됐지만, 천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다시 경찰 기자의 특수성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 “보복 폭행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던 이택순 청장의 거짓말이 여러 차례 폭로되는 등 망신창이가 된 경찰 지휘부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시행을 빌미로 언론을 내몰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승진 코스’로 통하는 공보 라인의 경찰 간부들이 올해 말 승진 인사를 앞두고 지나치게 조직 상층부의 눈치를 본 결과라는 얘기도 들린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홍보처에 ‘경찰의 특성 때문에 현 제도의 존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는데 왜 정반대로 돌아섰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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