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8일부터 2박3일 간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10월 2~4일로 연기됐다.
북측은 18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명의의 전통문을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앞으로 보내 "수해 복구가 시급한 점을 고려해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10월 초로 연기하되 구체적인 날짜는 남측이 정할 것"을 제의해 왔다.
남측은 이에 대해 10월 2∼4일 개최하자고 북측에 통보했고, 북측은 이를 수용한다는 전통문을 다시 보내와 최종 확정됐다.
북측은 전통문에서 "북한 대부분 지역에 연일 폭우가 내리면서 많은 피해를 입어 수해 복구와 주민 생활 안정이 급선무가 됐다"며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존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실무준비접촉 결과도 유효하다. 남측의 이해와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수해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평양시내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정상회담 연기 과정에서 다른 의도는 전혀 없어 보이며 북측 전통문에도 수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아주 절실한 어조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긴급구호 물품을 23~25일 육로를 통해 지원키로 했다. 생필품 의약품 등 71억원 상당의 긴급 구호물품은 25톤 트럭 200대에 실어 개성 봉동역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수해 지원에도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시멘트와 철근 등의 자재 장비 역시 북측이 세부 내역을 알려오면 최대한 조기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상회담 연기에 수해 이외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폭우는 7~11일에 내렸는데 북측이 17일까지 준비접촉에서 수해 관련 언급을 하지 않다 갑자기 18일 회담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선용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뒷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수해가 이유라고 하지만 배경이 석연치 않다"며 "정상회담이 시급하다면 수해를 피해 개성 서울 등 다른 장소에서 하자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기가 범여권 대선후보 경선과 겹치는 것도 이 같은 의혹을 키우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정상회담 성사 발표 이후 남측 여론이 1차 회담 때에 비해 좋지 않자 북한이 남한 정세에 대한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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