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정상회담이 10월 초로 한 달 이상 연기됐다. 북한 지역의 수해 때문이라지만 열흘 전 정상회담 개최 합의 발표만큼이나 갑작스러워 당혹감을 떨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다른 의도와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북측이 연기를 요청하는 전통문에서 밝힌 이유는 "예상치 않았던 심각한 큰물 피해" 때문이다. 처음 정상회담 발표 당시에도 수해가 없지 않았지만, 최근의 심각한 수해에 비춰 우리는 그 설명을 믿고자 한다.
평양만 해도 580㎜가 넘는 비가 짧은 기간에 쏟아져 시가지가 온통 마비됐고 북한 전역에서 수 백명의 사망자와 3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기반시설이 취약한 곳이다.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정상회담 기간엔 남한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평양으로 집중되는데,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을 법하다.
정부도 예기치 않은 사태에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다.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한미 정상회담 개최 등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7년 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을 보다 차분히 준비할 수 있게 된 긍정적 측면이 있다. 주요 의제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북한은 수해복구 물자와 장비 지원도 요청해왔다는데, 신속하게 지원이 이뤄지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미 71억원 상당의 물자를 지원키로 한 정부의 시의적절한 조치는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대선에 더 임박해 열리게 됨으로써 정략적 이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먹혀들 만큼 국민수준이 낮지는 않다.
섣부른 정략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대선 코 앞에 열리는 정상회담 결과가 어떤 형태로든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회담 결과가 특정 정파에 불리 또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는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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