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성공하려면 소비 트렌드를 잘 읽어야 한다.
내가 창업하는 아이템의 주 타킷이 누구인지, 어떻게 지갑을 열게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창업자들에게 사회 흐름을 읽는 눈은 필수적이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고 경제 능력 또한 커지면서 여성이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주류 계층으로 자리 잡았다.
여심(女心)을 잡지 않고서는 창업의 성공확률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까다로우며 항상 특별한 것으로 요구하는 ‘그녀’들의 지갑은 좀처럼 쉽게 열리지 않는다.
여성들의 발길을 잡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감성 마케팅이다. 여성들의 입보다 마음을 움직여야 성공할 수 있다.
이번 주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 마케팅을 통해 여심을 잡은 창업자들을 만났다. 어떻게 여성고객을 잡아 성공에 이를 수 있었는지 그 노하우를 들어봤다.
■ 허브로 여심을 움직이다.
김한조(54) 씨는 인천 간석동에서 소고기전문점 ‘소뜨레’(www.sottle.co.kr)를 운영하고 있다. 고기전문점이란 평범한 아이템을 선택했지만 여심을 잡는 감성마케팅으로 월 5,000만원의 매출에 순익이 1,750만원을 넘는 성공 창업자가 됐다.
김 씨의 성공 비밀은 바로 허브였다. 하지만 김 씨는 허브를 고기에 넣는 양념정도로만 이용하는 여느 창업자와는 달랐다.
고기보다는 허브를 앞세우며 마치 허브공원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힘을 쏟았다. 먼저 가게 곳곳에 허브 화분을 비치해 고객이 들어서는 순간 상쾌한 로즈마리 향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생수에도 허브를 넣어 고객이 물을 마실 때에도 은은한 허브향을 느끼도록 했다. 고기를 먹은 뒤 후식으로는 예쁜 잔에 담겨 나오는 허브차를 제공, 입안에 남아 있는 잡맛 등을 없애고 개운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고기 굽는 방식도 색달랐다. 고기에 허브가루를 뿌려 구워내는 방식에서 탈피해 생고기를 석쇠에 올리기 전 우선 허브를 석쇠에 한번 깔아서 살짝 구워낸다.
김 씨는 “이런 식으로 고기를 구워내면 허브 향이 고기에 잘 어우러져 고기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는 여성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공을 이끈 보이지 않은 비밀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냄세 제거다. 담배 냄새나 고기 냄새가 몸에 배는 것을 싫어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읽고 냄새를 없애는 배기 설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김 씨는 “매장이 쾌적하다는 소문을 듣고 친구나 직장동료 등 여성끼리 짝을 이뤄 찾아오는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며 “고기집보다 마치 찻집에 온 느낌을 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 여성의 취향을 위해 퓨전에 관심을 가지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앞 먹자골목에서 퓨전전통주점 ‘짚동가리쌩주’(www.zipsseng.net)를 운영하는 이원옥(43) 씨는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로 음주와 식사가 한자리에서 이뤄지고 있는 점을 눈 여겨 봤다.
특히 회식 자리에서 메뉴 선택권을 갖고 있는 여성들을 사로잡기 위해 차별화에 노력했다.
창업 두 달 전부터 시장조사에 나선 이 씨는 건대 앞 먹자골목은 유동인구의 대부분이 10~20대 신세대 여성들이 많다는 데 착안, 여성들의 취향에 맞는 부드럽고 약한 술과 개성 있는 퓨전요리를 주요 컨셉트로 잡았다.
충남 아산 선장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제조해 효모가 살아있는 ‘생주’가 주 메뉴였다. 하지만 이 씨는 예뻐지기 원하는 여성들의 필수품이 된 석류를 비롯해 산머루, 키위, 딸기 등을 섞은 ‘생주 칵테일’을 추가하며 젊은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복분자나 포도 등 국내산 과실 100%를 사용해 숙취가 없고 과일 특유의 맛과 향이 뛰어난 자연주를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안주도 치즈해물떡볶음, 철판떡갈비&치즈라이스, 가오리콩나물튀김 등 개성 만점의 퓨전요리를 구성했다.
이 씨는 “아무리 고객의 입맛을 당기는 메뉴라도 직접 설명을 해 주지 않으면 단골을 만들 수 없다”고 조언했다. 여성 고객 스스로가 귀하게 대접 받는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단골 수첩도 만들었다.
이 씨는 “두 번째 오셨으니 이제 단골이라며 서비스 안주를 내면, 대부분 진짜 단골고객이 된다”라고 말했다.
여심을 얻은 덕에 이 씨는 요즘 한달 평균 4,500만원의 매출에 1,4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리는 성공 창업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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