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당 경선사상 가장 격렬했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전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1, 2위 후보가 중도하차 없이 완주했고 최초로 검증청문회를 실시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네거티브가 판을 치고 사생결단식으로 전쟁을 했다는 점에서 큰 상처를 남겨 그만큼 경선의 의미를 후퇴시켰다.
약 1년 2개월 간의 대장정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나고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직을 그만둔 직후인 지난해 6월부터 시작돼 19일 0시를 기해 막을 내렸다.
이번 경선은 우선 ‘새로운 정당 경선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긍정적 요소가 있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탈당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1, 2위 후보가 완주했다는 의미가 크다. 우리 정치사에서 최근의 정당 경선은 ‘들러리 경선’ 내지는 ‘반쪽 경선’이었다. 2002년과 1997년 한나라당 경선은 사실상 이회창 후보를 위한 경선이었고, 2002년 민주당 경선도 이인제 후보가 중도 하차하면서 반쪽 경선에 머물렀다. 때문에 이번 경선은 본격적, 실질적 의미의 첫 경선 사례로 볼 수 있다. 물론 경선 등록 후 패배한 경선후보가 탈당 하면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한 개정 선거법이 한몫 한 측면도 있다.
정당사상 처음 시도되는 실험들도 있었다. 지난달 19일 실시된 검증청문회가 대표적이다. 검증위원회를 꾸려 경선후보들의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자체 검증 작업을 한 것은 의미가 있다. 당 경선 관리 업무를 중앙선관위에 위탁한 것도 새롭다.
경선후보들이 공개 토론을 한 것과 후보 연설 기회를 확대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30일 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4차례의 TV토론회와 13차례의 지역 순회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전체적으로 흥행에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고소ㆍ고발ㆍ공작전으로 얼룩진 네거티브 공방은 큰 실망을 낳았다. 이 전 시장의 BBK 연루 의혹, 도곡동 땅 차명 의혹과 박 전 대표의 고 최태민씨 관련 의혹 등 6월부터 본격화한 각종 의혹을 둘러싼 충돌은 경선 내내 다른 이슈를 덮어버렸다. 양측의 난타전은 고소ㆍ고발로 이어져 검찰 수사가 경선 변수가 될 지경까지 만들었다. 대운하 보고서 유출과 김해호씨의 박 전 대표 비방 기자회견 배후에는 서로 상대방 진영 인사가 개입했다는 ‘공작’논란도 벌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금도를 넘나드는 진흙탕 싸움을 해댄 것이다.
이 때문에 실질적 정책 경쟁이 사라졌다는 점은 가장 큰 아쉬움이다. 수사권 없는 검증위의 한계로 인해 검증청문회가 ‘면죄부 청문회’에 그쳤다는 점도 비판거리다. 경선 룰을 놓고 지루한 샅바싸움을 한 것 역시 국민을 실망시켰다.
실질적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책 대결 강화 방안을 찾는 것은 앞으로 남은 과제로 지적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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