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종차별위원회(CERD)가 우리에게 '단일민족'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한 권고는 적지 않은 자책감을 안겨준다.
위원회의 권고는 우리 정부가 제출한 인종차별철폐조약 보고서를 심사한 결과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순혈주의'에 대한 심각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혼혈아와 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규를 제ㆍ개정할 것을 주문한 대목은 충분히 수용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다민족 사회로 접어들었다. 신혼부부 8쌍 중 1쌍의 배우자가 외국인이며 3~4년 후엔 농어촌 초등학교의 4분의 1 이상이 이러한 가정의 자녀로 채워질 예정이다.
그런데도 외국인 신부의 30% 이상이 차별과 멸시를 경험하고, 가정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17.5%에 이른다는 게 우리 정부의 보고서다.
배우자 부족으로 신부를 '수입'하다 보니 매매혼ㆍ전략결혼이 만연했고, 이를 근절하려는 각종 방편과 조치들이 건전한 결혼과 가정생활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동남아 국가의 이주노동자들이 '인권과 노동권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과 시위를 하는 모습은 이미 낯설지 않다.
1990년 전후로 늘기 시작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제도가 마련되고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까지 도입됐으나, 이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불법체류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됐기 때문에 인권 훼손과 차별 대우가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눈총을 의식해 외국인처우기본법을 발의했으나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성단체들이 외국인 신부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으나 별 반향을 얻지 못했다.
CERD가 다른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정보를 초ㆍ중등학교 교육에 포함시키고, 공무원들을 특별교육할 것을 촉구한 대목은 지나친 간섭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그릇된 우월감에 대한 따끔한 지적으로 받아들여 다양한 문화, 개방적인 사회를 이루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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