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린 6자회담 비핵화 실무회의에서 2ㆍ13합의 2단계 조치의 핵심인 핵 시설 불능화 수준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 미국의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북측이 이번 회의에서 불능화 수준을 밝혔지만 구체성 등에서 한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핵 신고ㆍ불능화 시기뿐 아니라 방법에서도 좀 더 많은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내달 초로 예정된 6자회담에서도 최종 합의 여부가 불확실할 전망이다. 북미는 6자회담 이전에 신고ㆍ불능화의 시기 및 수준 등에 대한 추가적인 협의를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는 이날 영변 5MW원자로 불능화 수준과 관련, 원자로 제어장치나 연료봉 주입구 등을 제거 또는 파손하는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품 제조나 구입이 장기간 불가능한 반영구적 형태의 불능화다.
북측이 언급한 불능화 방법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재생 가능한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ㆍ13합의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황소를 거세하는 것”으로 불능화 수준을 언급한 적이 있다.
한미는 또 핵 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의 이행 순서와 관련, 우선 5MW 원자로와 재처리 공장에 대한 불능화를 이행하면서 신고절차를 병행하자는 제안을 내놓았으나 북측으로부터 확답을 듣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회의 전 기자들에게 “핵 신고를 먼저 해야 한다고 하기보다는 몇 개 시설을 불능화하면서 신고 작업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측은 이번 회의에 외무성 군축평화연구소 관계자를 참가시키는 등 신고ㆍ불능화라는 북핵의 새로운 단계 진입을 앞두고 적극적이고 실무적으로 임해 눈길을 끌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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