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가 18일로 한 달째를 맞으면서 정부도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아프간 현지 대책반과 국내 대책반의 체제 정비와 함께 협상 전략도 다각도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성의 있는 교섭 자세 ▦우리 측이 수용 가능한 한계 ▦이슬람권 등 아프간 국내ㆍ외에서의 여론 조성 등 3가지 방향에서 탈레반과의 인질 석방 협상을 이끌어 왔다. 정부의 이러한 전략은 탈레반을 협상과 대화를 통한 해결 쪽으로 움직이는 데 부분적으로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탈레반은 인질_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이라는 요구 사항을 굽히지 않고 있어 급진전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탈레반의 명분을 살릴 수 있는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우리 정부가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아프간 당국이나 미국을 움직일 여지를 찾아 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지 대책반과 외교 채널을 통해 죄질이 무겁지 않은 탈레반 수감자나 탈레반 협조자를 사면 보석 등 형식으로 풀어줄 수 있는지 관련국에 의사 타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인질_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은 우리 측이 들어줄 수 있는 요구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탈레반 협상대표와의 수차례 대면협상에서 거듭 전달했지만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탈레반이 몸값 등으로 요구 사항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하나의 협상 전술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 측이 아프간이나 미국을 움직이기도 어렵고, 탈레반을 설득하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교착이 수개월 이상 더 지속될 수도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단순 인질 사건이 아니라 아프간 내부 사정과 국제정치 상황이 얽힌 사건이 된 만큼 긴 호흡으로 이 사건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의 교착은 9월 12일, 또는 13일부터 시작되는 라마단 기간에 획기적 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용서와 자비'를 베푸는 성스러운 달로 여기는 라마단 기간이나 직전에 탈레반의 인질 전원 석방과 아프간 정부의 탈레반 수감자 사면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양측 모두 양보의 명분이 된다. 정부는 이를 염두에 두고 다각적 외교와 협상을 모색하는 동시에 상황 악화 방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라마단이 여러 측면에서 우리 측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 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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