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돌 지음ㆍ김병찬 옮김 / 아테네 발행ㆍ432쪽ㆍ2만2,800원
밥 돌 전 미국 상원의원이 조지 워싱턴부터 빌 클린턴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순위를 매겼다. 기준은 경제도 정치도 외교도 아닌 유머 감각. 영예의 1위는 ‘가장 위대하고 가장 재미었던 대통령’이라는 찬사와 함께 에이브러햄 링컨이 차지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배우로서 결코 타이밍이 어긋나는 법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아 2위에 올랐고,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뒤를 이었다. ‘기자회견 자체가 위트 넘치는 TV쇼’였던 존 F 케네디는 6위, ‘재능 있는 농담 작가들을 구비하는 축복을 받은’ 빌 클린턴은 17위에 랭크됐다. 맨 꼴찌인 41위에는 13대 대통령 밀러드 필모어가 자리했다.
밥 돌은 유머 순위에서 상위 그룹에 속한 대통령들이 일반적인 기준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지도자로 평가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인 대통령에게 웃음은 감정적인 안전밸브가 되며,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유머 감각은 통치력에 버금가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
이 책은 대통령들의 유머 감각 순위를 매긴 뒤 다시 ‘경지에 이르다’ ‘양키 위트’ ‘고집불통’ ‘농담거리 신세’ 등 8등급으로 분류해 이들이 남긴 일화와 말을 옮겼다.
링컨의 라이벌이었던 스티븐 더글러스는 연설 도중 링컨이 젊은 시절 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술을 팔았던 사실을 겨냥해 “링컨은 훌륭한 바텐더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링컨은 “당시 더글러스는 최고의 고객이었다”고 응수한 뒤 “나는 카운터 안을 떠났지만 더글러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고 비꼬았다.
하지만 번역을 거친 미국식 유머가 그리 가깝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웃음의 코드와 배경이 다르다 보니 아래에 달린 해설을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유머가 많다. 본문 사이사이에 자리한 수없이 많은 각주들도 웃음을 방해한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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