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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제국' 모든 담론은 미국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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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제국' 모든 담론은 미국으로 통한다

입력
2007.08.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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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와 이파리 펴냄 / 스티븐 하우 지음 / 강유원ㆍ한동희 옮김 / 226쪽ㆍ1만5,000원

지금 미국, 아니 ‘미국 제국’은 세상을 틀어쥐고 있다. 이념 대결이 사라진 지구촌, 미국이라는 수퍼맨은 거대 이념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제 제국에 대한 폄하적ㆍ적대적 시선은 사라지고, 중립적ㆍ서술적 인식으로 대체됐다. 제국이란 말이 제국주의자나 식민주의자 같은 부정적 언어와 동일시됐던 20세기였다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이 책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옷을 바꿔 입어 온 제국을 역사 이해의 핵심 코드로 보고, 기원전에서 아프간 전쟁까지 제국의 흥망을 추적한다.

주권이나 통치의 의미를 갖는 라틴어 ‘임페리움’(제국)은 노골적 힘의 논리를 넘어서서, 문화적 다양성 아래 중심부와 지역 협력자들 간의 거래에 의해 유지되는 체제로 정의된다. 고대 제국과 근대 제국, 극도로 잔인한 제국과 비교적 온건한 제국, 육상 제국과 해양 제국 등 제국을 조망하는 데 필수적인 개념 장치들에 대해 상술하면서 책의 논의는 깊어져 간다.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탈식민화의 거센 물결은 냉전과 함께, 1960년대까지의 세계를 설명해 주는 주요한 개념이었다. 처참한 전쟁으로 대변되는 그 과정은 아프리카 최대의 재앙으로 꼽히는 1990년대 르완다의 인종 청소로 상징된다.

제국 경영은 남는 장사가 아니다. 베트남, 필리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취한 정책으로 미국은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못한다. 자기 영토 밖의 점유지들에 대한 직접적ㆍ물리적 통제란 현실적으로 재정 부담일 뿐이었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은 우리 시대의 로마 제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의 힘은 지나치게 커졌고, 그에 대항할 라이벌은 너무나 부족한 세상이 됐다.

그 밖에 미국내의 긴장, 우방들과의 긴장 등 미국이란 대제국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요소들 또한 똑바로 인식돼야 한다고 책은 역설한다. 현대 역사는 국가라는 좁은 경계를 벗어나, 하나의 새로운 세계 제국 또는 단일한 경제적ㆍ문화적ㆍ미디어 제국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미국을 이해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 함께 9ㆍ11 이후 깊어져 가는 서구와 이슬람 간의 괴리가 서구의 편견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책은 말한다. 서구가 원래 갖고 있던 반이슬람적 양상이 또 다른 편견, 차별, 계급제, 악마적 시선 등에 의해 실체적 근거 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현대의 제국은 복잡 다기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을 요청한다. 백악관, 국방부, 초국적 기업 이사회, 언론사, 미국 여론의 흐름 등 관련 요소들과 함께 현실적 이해 관계까지, 전지구적 그물망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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