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곡예비행 전문 특수비행대 ‘블랙 이글스’(Black Eagles)가 10월 서울 에어쇼 개ㆍ폐막식 비행을 마지막으로 해체된다. 창공을 오색 연기로 수놓다가도 한 순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블랙 이글스의 묘기를 적어도 2년 동안은 볼 수 없게 됐다.
공군은 10월 16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한국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2007’(약칭 서울에어쇼) 곡예비행을 끝으로 블랙 이글스 팀을 해체한다고 17일 밝혔다. 현재 운용 중인 A-37B 드래곤 플라이 기종이 노후해 운항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미국 세스나사가 1963년 내놓은 A-37은 중등 훈련기 T-37의 공격형 기종이다. 길이 8.9m, 높이 2.9m에 비해 폭이 11.7m로 날개가 큰 것이 특징이며 저공 저속 기동성과 운용의 편리함 때문에 베트남전에서 육군 근접항공 지원기로 활약했다. A-37B는 A-37의 7.62㎜ 미니건을 없애고 조종석 오른쪽에 연기발생기를 붙인 개량형이다.
곡예비행팀 후속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 마틴과 공동개발한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으로 결정됐다. 이번 서울에어쇼에서 A-37B와 우정비행을 하면서 사실상 바통을 넘겨 받는다. 하지만 훈련기간이 필요해 당장 비행은 어렵다.
공군은 3년여 동안의 비행훈련을 거쳐 2010년 말에 T-50을 주기종으로 새 비행팀을 창설한다는 계획인데, 시기를 앞당겨 2009년 하반기 서울에어쇼에서 첫 비행을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T-50의 별칭이 ‘골든 이글’(Golden Eagle)이어서 이참에 특수비행팀 명도 ‘골든 이글스’로 바꾸자는 움직임도 있다.
공군이 처음 에어쇼팀을 만들고 ‘블랙 이글’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1967년이다. 블랙 이글팀은 당시 새로 도입한 F-5A로 해마다 10월에 한강 백사장 등 전국을 순회하며 오색 연기를 날리는 멋진 곡예비행을 선보였다. 하지만 79년 낡은 F-5A를 대체할 새 비행기를 정하지 못해 이후 에어쇼는 10년 넘게 중단됐다.
A-37B를 도입한 현재의 블랙 이글스팀은 94년에 창설됐다. 99년에는 공군 제8전투비행단 제239 특수비행대로 독립부대가 돼 서울에어쇼, 모형항공기대회, 국군의 날 행사 등 각종 대회와 행사에 매년 30차례 가까이 참가해 곡예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블랙 이글스팀은 조종 경력 10년 안팎의 베테랑 조종사 8명과 A-37B 드래곤 플라이 8대로 구성돼 있다.
블랙 이글스팀 역사상 가장 안타까운 일은 지난해 어린이날에 경기 수원비행장에서 일어난 추락 사고다. 이날 대원 5명과 함께 6번기를 타고 곡예비행에 나선 김도현(당시 33세) 소령은 2대의 비행기가 마주보고 날아가다 360도 회전한 뒤 수직 상승하는 ‘나이프 에지’(Knife Edge) 기술을 시도하다 관람석 너머 활주로에 추락했다.
조사결과 김 소령은 엔진 결함으로 기체가 추락하는 데도 관람객 피해를 막기 위해 비상 탈출을 포기한 채 조종석을 사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마지막 비행을 앞두고 있는 블랙 이글스 대장 이칠성(42ㆍ공사 37기) 중령은 “한국을 대표하는 에어쇼팀인 만큼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고별 비행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1번기를 모는 김창성(38ㆍ공사 40기) 소령은 “지금까지 국민들과 함께 한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며 “팀원들과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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