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폭락 이후 증권 전문가들이 예상한 종합주가지수(KOSPI)의 다음 지지선은 대개 1,600선 이었다. 이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통계와 분석을 거쳐 내놓은 수치. 하지만 펀드 투자자들의 심리 측면에서도 1,600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식형 펀드의 대량환매 여부. 주식형 펀드야말로 증시를 떠받쳤던 힘이었기 때문에, 펀드 저지력이 무너지면 증시는 복원력을 잃을 수도 있다.
'펀드 런(Fund Run)'이라 불리는 대규모 환매사태가 벌어지면 최근 들어 외국인의 기록적인 순매도 행진에 맞서 순매수로 그나마 지수를 떠받치고 있는 기관들의 실탄이 순식간에 말라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신영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과거 사례로 볼 때 주가가 고점에서 20%이상 하락하면 펀드 투자자들은 환매에 나서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00년 5월 1,938억원의 순환매가 일어났을 때는 1999년12월31일의 고점을 기준으로 코스피가 20.84% 하락한 이후부터 환매가 본격화했으며, 2002년 9월 환매사태도 같은 해 4월30일 고점에서 코스피가 20.33% 하락한 이후 환매가 불붙은 바 있다.
따라서 이번의 경우, 코스피가 고점이었던 2,000에서 20% 하락한 1,600선이 펀드 환매의 지지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증시 호황을 타고 올 초부터 주식형 펀드로 대거 유입된 자금의 평균적인 주식 매수 단가가 코스피로 치면 1,700~1,750 선에 걸쳐 있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 아래에서는 올해 가입한 주식형 펀드 자금이 평균적으로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어, 만약 1,700선 이하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의 유혹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직접 투자자보다 펀드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에 더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1,600선이 무너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1,600~1,700 사이를 얼마나 빨리 벗어나 반등하느냐가 '펀드발(發)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결론이다.
김 연구원은 "최근 주가 급락에는 5월 이후 신용거래 제한으로 만기를 맞은 개인투자자들의 매물도 영향을 끼쳤지만 이는 규모면에서 전체 증시에 부담이 크지 않다"며 "오히려 펀드 환매사태가 불러올 악순환이 시작되면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기까지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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