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7일 기습적으로 재할인율을 0.5%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글로벌 신용 경색 위기가 진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FRB가 재할인율을 인하한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FRB가 전격적으로 재할인율을 인하한 것은 최근의 긴급자금 투입만으로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에 불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FRB는 9일 BNP파리바의 환매중단 선언 이후 7일간 총 880억달러의 단기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하지만 연방기금 금리가 목표수준 5.25%를 훨씬 뛰어넘어 6%에 육박하고 다우지수도 8일 연속 하락하는 등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재할인율 인하를 통해 시장 금리를 완화시키면서 시중 유동성을 공급, 자금 순환에 숨통을 트일 수 있게 한 것이다.
재할인율은 중앙은행이 민간은행에 대출을 할 경우 요구하는 이자율로, 민간은행은 미리 재할인율 만큼 금액을 떼고 대출을 받는다. 즉 재할인율 인하는 민간은행의 대출금액이 늘어나게 되는 것을 의미해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온다.
FRB의 이날 발표로 당장 다우존스 지수가 2% 이상 급등 출발하며 투자 심리가 호전되고 있지만, 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그룹 와초비아의 존 실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뒷문을 통해 금리 인하 효과를 냈다”며 “하지만 일부 은행의 자금 문제 해결에 그칠지, 아니면 전체 유동성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지 명확치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동안 시장에서는 미국 경기 둔화 움직임 등과 맞물려 신용경색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인플레이션, 달러화 약세 등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FRB로선 일단 훨씬 파장이 커 부담스러운 금리인하 수단 대신 유동성 공급만을 정조준한 재할인율 인하 카드를 꺼낸 셈이다. 리만브라더스의 드류 마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용경색 해결에 대해서는 재할인율 인하가 연방기금 금리 인하보다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라지브 다완 조지아주립대 경제연구소장은 “FRB가 실물경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며 “경제성장에 대해 낙관적이던 FRB의 견해가 상당부분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디스 인베스터 서비스의 존 론스키도 “경제와 금융 상황에 대한 FRB의 진단이 금리 인하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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