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으로 현지 봉사활동을 떠났다가 지난달 19일 무장단체 탈레반에 납치됐다 13일 풀려난 김경자(37ㆍ여) 김지나(32ㆍ여)씨가 17일 낮 12시19분께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달 13일 출국한 지 35일 만에 그리던 고국 땅을 밟은 것이다.
국군수도통합병원 입원
김씨 등이 탄 항공기가 인천공항 12번 탑승교(보딩브리지) 앞에 도착한 것은 이날 낮 12시25분께. 탑승구 앞 작은 공간은 항공기 도착 35분 전인 오전 11시50분께부터 외교부와 국가정보원 등 정부 관계자 30여명과 취재진 30여명, 공항경찰대 20여명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활주로에 내린 항공기가 탑승교 앞에서 완전히 멈추고 출입구를 열자 두 김씨의 오빠 2명과 피랍자 가족모임 대표인 차성민(30)씨가 이들의 안정을 위해 먼저 항공기 내부로 들어갔다.
20여분이 지난 12시47분께. 모습을 나타낸 두 사람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인채 취재진 앞에 섰다. 여전히 억류 중인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까. 고국에 돌아왔다는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친 듯했지만 건강은 양호해 보였다.
기자들이 귀국 소감을 묻자 김경자씨가 먼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걱정해 주신 정부와 국민들에게 감사하고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일단은 남아 있는 팀원들이 빨리 풀려났으면 한다"고 짧게 말했다.
김지나씨도 "많이 걱정하고 애써 주신 데 대해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동료들의 석방을 바랄 뿐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피랍 생활이 어땠느냐"는 민감한 질문이 이어지자 정부 관계자들은 두 사람을 데리고 탑승교 옆 비상계단을 통해 계류장 밖으로 내려갔고, 이들은 대기중이던 앰뷸런스를 타고 분당 국군수도병원으로 직행했다.
이들은 병원에서 이날 간단한 검사를 했으며, 조만간 정밀 건강검진과 심리치료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과 통곡'의 귀국길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두 사람은 고 배형규(42) 목사와 심성민(29)씨의 피살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귀국길에 동행한 정부 관계자는 "심씨와 같은 그룹에 억류됐던 두 사람은 심씨가 탈레반 대원과 함께 나간 뒤 돌아오지 않자 먼저 석방된 것으로 믿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 등이 석방 3일 만인 16일에야 뒤늦게 비보를 접하고 충격을 받아 30여분 간 통곡을 멈추지 않았으며, 식욕부진 등의 증세도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들은 귀국행 비행기 안에서도 입을 굳게 다문 채 웃음 한번 지어 보이지 않았으며, 잠도 거의 자지 못하고 비행 내내 뒤척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16일 오후 아프간 카불을 출발, 인도 뉴델리 인디라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항 내 환승구역에 머물다 이날 오전 4시50분께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부는 언론 등의 취재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경유지를 언론들이 예상한 두바이에서 뉴델리로 '깜짝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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