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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페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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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페이스메이커

입력
2007.08.1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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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심장은 4개의 작은 방으로 구성돼 있다. 이 방들이 유기적으로 수축-이완을 거듭하여 동맥을 통해 전신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산소를 소모하고 되돌아온 정맥피를 모아 허파로 보내서 산소를 채워 넣어 다시 전신으로 내보낸다. 이 과정이 반복됨으로써 우리의 생명이 유지된다.

보통 1분에 60~100회 정도 뛰니까 하루에 8만 6,000번 내지 14만 4,000번 씩 평생 쉬지 않고 박동을 거듭한다. 우리 몸의 기관 어느 하나 신비롭지 않은 것이 없지만 평생 미련스럽도록 시종일관하는 심장의 충직성이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다.

▦ 4개의 방을 하나의 박자에 맞춰 뛰게 하는 전기신호의 발생이나 전달 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 현상이 나타나 심하면 급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페이스메이커는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 속에 심어 부정맥을 고르게 해 주는 의료장치다. 심장 발작에 의한 급사를 95% 가량 막아주는 고마운 기기다.

그러나 전자기파에 민감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 삐 소리를 내 불편을 주고 휴대폰, 휴대용 게임기, 노트북 등이 방출하는 전자기파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일본에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휴대폰을 끄도록 한다.

▦ 뜻은 좀 다르나 마라톤 경기에도 페이스메이커가 있다. 선수와 일정 구간을 함께 뛰면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완주할 수 있게, 혹은 기록 향상을 위해 도와주는 자원봉사 페이스메이커도 있다.

마라톤 대회에서 페이스메이커가 우승후보 선수를 돕다가 힘이 남아 우승하는 경우도 있다. 마라톤뿐만 아니라 자전거 경주, 수영, 쇼트트랙 등 대부분의 기록 경기에서는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 중요하다.

▦ 오늘 대선 도전을 선언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신을 "우승의 야망을 가진 페이스메이커"로 봐 달라고 했다. 5% 미만의 고만고만한 주자들이 도토리 키재기 하는 범여권 경선 판에 뛰어들어 흥행을 돕다가 여차하면 본선 진출까지 노리겠다는 야심을 밝힌 것이다.

페이스메이커가 없으면 도저히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없는 여권 경선구도에서 다들 자기가 우승후보라고 큰소리치는데 당당하게 페이스메이커 역을 자임하다니 역시 유시민스럽다. 이-박의 이전투구였던 한나라당 경선판에서는 홍준표 후보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이 빛났다. 이제 유 전 장관의 역할을 관전할 차례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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