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는 등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재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실물경제가 직격탄을 맞지는 않겠지만, 신용경색으로 국내ㆍ외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나 차입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기존 사업 및 향후 투자계획에 대한 재점검에 들어갔으며, 일부 기업은 해외자금 조달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수출 기업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상당수 기업들은 그 동안 발목을 잡아 왔던 환율이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함에 따라 가격 경쟁력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자 등 고가의 내구 소비재를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심리적 측면에 민감하고 실물경기에 선행하는 이들 품목의 특성상 서브프라임 위기의 진원지인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환율 급등의 두 얼굴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김재홍 수석 연구원은 "그 동안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 요인이던 환율이 상승, 수출업체들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이익을 볼 것"이라며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되면서 원화 환율 하락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전경련 조사에서 업종별 적정환율은 조선 911.3원, 자동차 70.5원, 전자 950.4원으로 조사됐다. 환율이 오를 수록 자동차와 전자업계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보는 셈이다.
현대차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간 이익이 6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업계도 선박 수주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자업계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ㆍ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출 환경이 좋아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할 수 있지만,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리스크가 늘어나는 만큼 현 단계에서는 유ㆍ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외화 차입금이 많은 업체나 수입 기업들도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금 조달 비상
해외 차입이 어려워짐에 따라 기업들이 국내 직접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이 올 하반기 주식 채권 어음 등 국내 직접금융시장에서 조달할 자금은 4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는 당초 5억 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해외채권 발행을 추진했으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자금 조달 계획을 잠정 유보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국내에서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 다음 달 만기 도래하는 2억 달러의 회사채 상환에 대비하는 등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 잉거솔랜드(Ingersoll Rand)사의 건설장비 3개 사업부문을 49억 달러에 인수키로 한 두산인프라코어도 이번 사태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사와 두산엔진 등을 통해 19억 달러를 마련하고 나머지 30억 달러는 신디케이트론 등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박사는 "국내ㆍ외에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고, 특히 외화 차입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물경제 파급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내수를 포함해 실물경제 또한 상당한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이나 자동차, 가구 등 경기에 선행하는 내구재의 경우 위기의 진원지인 북미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최근 출시한 LCD와 PDP 등 신제품의 판매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미주 마케팅 관계자는 "현재 미국지역의 실시간 판매 수치에는 큰 변동이 없지만, 매장방문객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장이 주요 국가의 경기 위축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글로벌 의존도가 큰 우리 기업들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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