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발파가 있습니다. 셋 둘 하나…꽝, 우르르.”
16일 용인∼서울 고속도로(구 영덕∼양재 고속도로) 3공구 터널공사가 한창인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243 일대. 전원주택 10여 동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조용하고 평화롭던 이 곳은 2월부터 계속된 발파작업 여파로 흉흉하게 변해버렸다.
낮에는 발파, 밤에는 덤프트럭 소음으로 밤 잠을 설치는 것은 예사고, 건물 벽과 들보, 옹벽 등에 여기저기 금이 가 안전을 위협 받고 있다.
이 곳에 3층짜리 주택을 갖고 있는 박모(68)씨 집의 1층 주차장 벽과 천장에는 실 금 투성이다. 발파 진동으로 생긴 상처다. 건축업을 하는 박씨는 천장의 보를 가리키며 “50㎝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가 저렇게 금이 갔다면 발파의 진동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참다 못한 박씨는 6월초 건설사에 가서 따졌고, 현장 관계자들이 와 지지대를 설치했다. 하지만 건설사는 지지대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라며 1주일 만에 다시 지지대를 거둬가 버렸다. 박씨는 “건설사 행태가 하도 괘씸해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곳 바로 위쪽에서 사는 이모, 박모씨도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낮 발파는 둘째 치고 밤에 덤프트럭이 다니는 소음으로 도대체 잠을 잘 수 없던 이들은 현장사무실을 찾아가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현장의 한 관계자는 “차 소리가 시끄러우면 귀를 막고 TV를 크게 틀어놓고 잠을 자라”며 이씨 등을 되돌려보냈다. 이씨는 “피해구제를 하소연하는 주민들에게 이게 할 소리냐”며 결국 지난 3일 전세계약을 파기하고 이사를 했다.
이웃 전모씨도 분통을 터뜨렸다. 전씨는 “발파로 인한 균열로 물이 샌다고 하자 현장 관계자들이 와 보수를 하고 갔다”면서 “그런데 얼마나 대충 했는지 그 자리에서 똑같이 물이 새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촉박한 공기 때문에 L건설에서 무리하게 발파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낙생터널 주변 신봉동, 고기동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주택은 100여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주민은 “입구에서 발파작업을 벌일 때에는 유리창이 깨지고 벽시계가 떨어질 정도였다”면서 “그런데도 건설사측은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했으며 진동도 법적 허용치 이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건설 오모 현장소장은 “가급적 피해를 줄이는 쪽으로 공사하고 있으며 피해 주택에 대해서는 안전진단 후 보수 또는 보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