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극단적 공황상태에 빠졌지만, 정작 정부나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지난 13일에 이어 16일 또다시 관계당국이 모였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안전하다”는 얘기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이날 정부는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는 금융상황점검 국장급 테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증시, 외환시장, 주택담보대출, 파생금융상품 동향 등 국내외 금융시장 전반을 점검했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현재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불안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금융시장 전반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보다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것)청산 문제가 우리 경제엔 더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연관되어 있는 자금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파악한 국내 유입 엔 캐리 트레이드 관련자금은 60억 달러 내외. 한꺼번에 빠져나간다면 큰 부담이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고,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유동성 경색의 우려가 거의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21~22일 서울에서 열릴 한ㆍ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엔캐리 청산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측은 또 국내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라고 할 수 있는 저축은행 부실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현재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8%대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 13.8%에 크게 못미치는 등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등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국내 금융시장이 부실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외국인 투자자 중심의 주식매도는 전세계적 추세로 한국의 경제상황과 관련 없는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은행도 이날 금융시장 동향분석 자료에서 “투자심리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시장을 제외하고, 콜시장, 대출시장 등 전반적인 금융시장은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향후 국제금융시장 흐름 변화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외환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동향 면밀히 살펴 필요할 경우 신속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