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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공간에서의 한문학' 학술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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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공간에서의 한문학' 학술회의

입력
2007.08.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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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집 여종 가운데 능히 <관동별곡> 을 잘 부르는 아이가 있어 내가 어릴 때 매양 그것을 들었으나 기이한 줄 몰랐었다…지난번 서호의 지장찰에서 글을 읽으며 수삼 개월을 보냈는데 스님을 불러 노래 부르기를 청했다. 어떤 스님이 응하기를 ‘내가 관동별곡’을 부를 줄 압니다’하더니 힘찬 소리로 부르는데, 들으니 마치 구름 높이 날아오르는 기운이 있어 회포가 평정되었다….’김득신 <관동별곡서> (關東別曲序)

# 2 ‘우리나라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며 눈을 크게 뜨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팔을 구부리고 두 다리와 열 손가락을 한꺼번에 오무렸다 폈다한다. 공경대부로부터 사(士), 서인(庶人), 창우(倡優), 여자에 이르기까지, 음률을 알고 몸이 민첩하지 않은 자가 없는 데 이것이 ‘호무(胡舞)’ 라 하는 것으로 의정부 우찬성이 가장 잘하였다’ 남효온 <추강집(秋江集)>

송강 정철의 한글가사는 당시 각계각층이 즐겨 부른 유행가였다. 중앙아시아에서 들어온 춤인 호무(胡舞)는 온 나라를 휩쓸었다. 최근 사대부들의 의식주, 놀이 등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생활과 공간에서의 한문학’ 을 주제로 18, 19일 충남대에서 열리는 우리한문학회 제19회 학술회의는 이 같은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기회다.

한문학작품에 나타난 여행, 노래와 춤, 주택, 책읽기 등이 소재다. 장르론, 주제론, 문체론 같은 문예비평 대신 텍스트를 통해 당대의 문화적 풍경을 읽어내 일반인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사대부들의 의식주’ 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온 안대회 명지대 국문과 교수의 주제는‘집’ 이다. 17세기 이전만 해도 건축물관련 문헌은 관아, 사찰, 명승지의 누각 등을 묘사하는 시문이 대부분이었으나 17세기말부터 배치, 조망, 조경 등 주거지에 대한 세세한 항목을 묘사한 문예작품들이 등장한다. 그는 사대부들의 저택경영 기록인 <곡운기(谷雲記)> (김수증) <노곡기(魯谷記)> (이만부) <정각록(亭閣錄)> (권섭)등을 분석하며 당시 지배층들의 저택문화를 꼼꼼히 소개한다.

이지양 부산대 인문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17세기 사대부들의 개인문집에 나타난 음악과 무용 풍속 등에 관한 기록들을 들여다본다. 김득신의 <관동별곡서> 오도일의 <오산록(鰲山錄)> 등의 작품을 통해 송강 정철의 가사는 사대부 뿐 아니라 기녀, 승려, 왕자, 비첩들까지 연회마다 불렀던 전국적 애창곡이었음을 알려준다.

그는 “언어표현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노랫말이 어떤 분위기 속에서 누구에게 어떤 의미로 향유됐고 그 자리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작품을 둘러싼 맥락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 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김철범 경성대 한문학과 교수는 조선지식인들의 독서풍토를, 김남기 안동대 교수는 여행과 사대부들의 생활상을, 한영규 성균관대 대동문화원 연구교수는 19세기 여항인(閭巷人)들의 회화인식 등을 다루는 등 다양한 소재의 한문학 작품을 통해 당시의 문화적 풍경을 조망한다.

학회 회장인 이희목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실생활과 관련있는 주제를 학문적을 다룸으로써 한문학이 실생활과 동떨어지고 고급스럽다는 선입관을 불식시키고 대중들과의 소통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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