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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산책] 미국판 살인의 추억 '조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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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산책] 미국판 살인의 추억 '조디악'

입력
2007.08.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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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개봉작 중 으뜸으로 꼽을만한 작품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조디악> 이다.

<세븐> <파이트클럽> <패닉룸> 등 스릴러물의 장르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을 자랑했던 데이빗 핀처가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면 관객들은 그의 전작들의 스타일리시한 화면과 함께 극단의 캐릭터와 전복적인 이야기가 어우러진 감각적인 스릴러물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데이빗 핀처는 그동안의 ‘쿨한 스릴러’를 만드는 장르물의 달인에서 벗어나 깊어진 시각과 스타일의 변화로 거장의 반열에 뛰어올랐음을 증명한다.

미국에서 실제 수십 년간에 걸쳐 벌어졌던 조디악이라는 연쇄살인범의 실화를 소재로 삼은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을 떠올리게 한다.

<살인의 추억> 이 미치도록 범인을 잡고 싶은 형사의 감정과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조디악> 은 연쇄살인의 실제 사실을 깊게 파고 들면서 사건의 고증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범인의 행방을 끝까지 따라가는 사람은 신문사의 만평가.

3시간 가까운 긴 시간동안 관객을 흥분시키기 보다는 지성을 자극하며 그 길을 따라 나서게 만드는 감독은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열린 결말을 보여주지만, 꼼꼼하고 차분한 수사의 기록들에 동행하게 만들면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는 도발적인 제목처럼 부부사이에 잠재돼 있는 일탈의 욕망이 현실에 실현됐을 경우를 보여주는 일종의 팬터지 드라마. 부부간의 스와핑이라는 위험한 관계를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그에 대한 진지한 질문보다는 그 일탈을 화려하고 멋진 무언가로 다루면서 한번쯤 꿈꾸어 볼만한 일로 느끼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엄정화 이동건 한채영 등 트렌드의 첨단에 서있는 주인공들을 내세워 쿨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미스터 빈> 의 히어로 로완 앳킷슨이 무성영화 풍으로 몸 개그의 진수를 보여주는 <미스터빈의 홀리데이> 와 코믹연기의 달인 임창정 주연의 <만남의 광장> 역시 코미디 팬들의 눈길을 모을 만한 영화다.

이윤정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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