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블랙박스 요리경연대회'. 내년 두바이에서 열리는 세계 블랙박스 요리경연대회 출전권을 놓고 국내 특급호텔 요리사들이 저마다의 요리솜씨를 뽐냈다.
호주축산공사에서 8회째 개최하는 이 대회는 블랙박스 안에 든 요리 재료를 대회 당일 공개하는 점이 특징. 이 날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팀은 다른 10개 특급호텔 팀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가 끝난 지 보름이 지난 14일 우승의 주인공 복종대 팀장과 김유식, 임호택 주방장, 최진복 파티셰는 우승했다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대회 당일 블랙박스가 열렸을 때 메인 요리를 담당했던 임 주방장과 김 주방장은 그만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식재료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기 부위도 누구나 선호하는 안심이나 등심 같은 부위가 아니라 질겨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부위가 나왔다. 디저트를 맡은 최 파티셰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
디저트용 과일은 빨강 노랑 초록 3색이 들어가야 제격인데, 사용할 수 있는 과일이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등 노란색 일색이었던 것. 연습해왔던 정석 요리는 포기해야 했다.
4명의 요리사들은 생각 끝에 '재미있는 요리'를 컨셉트로 정했다. 김 주방장은 "셀러리를 이용한 크림수프에 캥거루 한 마리를 그려 넣었는데 평가가 좋았다"면서 "호주축산공사가 주최하는 행사라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전채 요리도 뜨거운 구이 요리에 보통 디저트로 먹는 셔벗을 함께 올려 입안에서 뜨겁고 차가운 맛을 동시에 느끼는 재미를 이끌어냈다. 박빙의 승부 끝에 심사위원들은 결국 '재미있는 요리'의 손을 들어줬다. 2등과의 격차는 불과 1점차.
이들은 세계 각국의 요리사들과 경쟁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부풀어있다. 임 주방장은 "열심히 준비해서 세계에 한국 요리를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레스토랑 '테이블34'에서는 우승 요리를 정식메뉴(4코스, 8만5,000원)로 내놓는다.
복 팀장은 "다만 최선을 다하자는 자세로 6월부터 휴일을 모두 반납하고 매일 모여 연습했다"며 "끼니 채울 시간도 없어 요리사들인데도 항상 배가 고팠다"고 털어 놓았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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