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는 화산에 의해 형성된 섬. 많은 이들이 하와이 하면 와이키키(Waikiki)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해변을 떠올리지만 하와이의 산도 그에 못지않게 빼어나다.
하와이 제도의 최북단 섬인 카우아이(Kauai)는 그동안 한국인 관광객에게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았던 섬이다. 주도인 호놀룰루가 위치한 오아후(Oahu)나 휴양지로 유명한 마우이 등에 비교해 덜 알려진 곳이지만 자연 경관만큼은 정말 빼어나다.
카우아이 서쪽엔 ‘태평양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리는 와이메아 계곡(Waimea valley)이 있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도 이 곳의 웅장함에 감탄해 ‘그랜드 캐년의 축소판’이라고 불렀다.
깊이 1.08㎞, 길이 22.53㎞에 이르며 빨강, 노랑, 녹색, 보라색 등 형형색색의 협곡과 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날씨가 맑으면 20개가 넘는 폭포가 협곡 사이로 보인다. 그랜드 캐년을 찾아본 사람조차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아름다움으로 치자면 훨씬 낫다”고 평가한다. 수백 만년 동안 지각변동과 풍화작용으로 빚어진 대자연의 모습을 태평양의 이 작은 섬이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빅아일랜드는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다른 섬들을 모든 합친 것보다 2배 크고 제주도의 8배 크기다. 섬이 큰 만큼 경관도 스케일도 크다. 아직도 살아 숨쉬는 화산 국립공원 감상은 하와이 여행의 백미다. 이 곳은 원주민이 숭배하는 불의 여신 펠레(Pele)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폭격을 맞은 듯한 할레마우마우(Halemaumau) 분화구 주변 땅에선 지금도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연기를 내뿜는다. 운이 좋다면 킬라우에아(Kilauea) 칼데라에서 뜨거운 용암이 바다로 흘러가 육지를 넓혀 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할 수도 있다. 도로마다 화산 폭발 가능성을 알리는 각종 경고 문구가 보이지만 긴장감보다는 기대가 더 크다.
자동차를 타고 해변으로 내려가면 새까만 용암 밭이 수십㎞에 걸쳐 펼쳐진다. 주름진 채 갈라진 땅은 두더지가 파고 간 듯 보였지만, 트랙터로 갈아 엎은 것도 같고 흙을 부어 놓은 듯도 하다. 해변에 접한 용암지대는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낸 반질반질한 갯벌 같기도 하다. 불의 여신이 마그마를 밖으로 내보낼 때 자신의 모습을 여러 형태로 보여 주려고 재주를 부린 것 같다.
마우이(Maui) 섬 최정상 할레아칼라(Haleakala)도 빼놓을 수 없다. 빅아일랜드에선 산 정상까지 차로 이동하기가 불가능하지만 마우이에선 가능하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구름이 저만치 밑에 보인다. 커다란 뭉게구름이 듬성듬성 사방에 펼쳐진 모습을 보면 비행기를 타고 있는 느낌이다.
구름을 카메라에 담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구름을 헤치고 산 정상에 온 보람이 있는 걸까. 전망대에서 바라 본 할레아칼라 지형은 사진으로만 봤던 달 표면 그대로다. 혹성 탈출 등 영화에서 많이 본 풍경, 바로 이 곳이다.
산에 감탄했다면 해변에서 흥분한 마음을 추슬러 볼 수 있다. 사람마다 평가는 다르겠지만 카우아이 포이푸(Poipu) 비치를 으뜸으로 치는 관광객이 많다. 미국에서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매년 손꼽히는 지역으로 윈드서핑, 스노클링을 즐기는 관광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이푸 비치 인근 스파우팅 혼(spouting horn)에선 바닷물이 밀물 때 용암 구멍을 통과해 거품을 일으키며 분수처럼 상공으로 치솟는 장관이 연출된다. 해변에서 어슬렁거리는 거북이, 물개 구경은 덤이다. 근사한 숙박시설을 찾으려면 마우이 카아나팔리(Kaanapali) 비치를 찾으면 된다. 해변과 바로 연결된 대형 호텔 수십 개가 수㎞에 걸쳐 늘어서 있다. 그렇다고 유명 해변만을 찾아 다닐 필요는 없다. 하와이에는 포이푸 비치 같은 곳이 100개 이상 있다.
하와이=글ㆍ사진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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