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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문학심포 '문학의 생태보전 역할' 되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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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문학심포 '문학의 생태보전 역할' 되짚어

입력
2007.08.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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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중요성을 더해가는 생태환경 보전에 문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대학 교수로 봉직하는 문인들의 모임인 한국문예창작학회(회장 김수복) 회원 40여명이 3~11일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2007 국제 문학 심포지엄’에 참석, 케냐 문인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둘러봤다.

한국문예창작학회와 케냐 문화인 모임인 크와니 트러스트(대표 아네트 마잔자)가 공동개최한 이번 행사는 ‘자연ㆍ생태환경ㆍ문학’을 주제로 양국 문인들이 전지구적인 생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문학의 역할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최초의 인류가 탄생한 곳이자 원시 자연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케냐에서 열려 더욱 뜻깊었다.

생태환경에 관한 고민은 한국 뿐만 아니라 케냐 작가에게도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었다. 케냐타대학의 에제키엘 알렘비 교수는 케냐 정부의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 정책은 부족 고유의 정체성을 훼손시키고 있으며, 동아프리카 문학의 주요한 장르인 구전문학이 파괴되는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개발론자들의 논리에 의해 환경 문제가 뒷전에 밀리고 있으나 문맹률이 50%가 넘는 현실 아래 문학의 기능이 크게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작가들은 국내에서 논의된 생태문학의 성과를 분석하고 점검하는 한편 갈수록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환경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문학의 역할에 관해 심도깊게 논의하였다. 구체적 대안은 환경아동문학의 필요성.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어릴 때부터 녹색가치를 심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한국 작가들은 심포지엄에 앞서 케냐의 대자연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투어에 나섰다. 케냐에서 가장 큰 수렵보호지역인 마사이 마라의 대초원과 함께, 아프리카 대자연의 진수는 케냐 남쪽 암보셀리에서 맛볼 수 있었다. 킬로만자로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우주의 맥박이 뛰고 있었다. 나이로비에서 여섯 시간 동안 달려와 늦은 밤 숙소에 들어서는 순간, 엄브렐라 아카시아 우듬지 위로 소용돌이치는 별들의 움직임. 그것은 대우주가 빚어내는 하모니였다.

군용천막 같은 숙소에서 새벽을 깨우는 것은 앞가슴이 붉은 새 스타링의 영롱한 목소리. 아침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나무에서 줄줄이 내려오는 개코원숭이들의 움직임, 그것 또한 숭고한 생의 리듬이 아닌가.

이러한 대자연에 몸을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사이족이다. 붉은 담요를 두른 채 긴 창 하나로 사자에게 달려드는 마사이 전사들. 그러나 그들의 비참한 삶은 충격적이었다. 허리를 굽혀야 들어갈 수 있는 흙집의 서너 평 공간에 7~8명의 식구가 살고 있었다. 게다가 소 한 마리까지 들여놓았다.

그러나 문명인의 시각을 버리고 생각해보니 이들이야말로 가장 자연에 가까운 삶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재산을 축적하지 않고 하루 움직여 하루를 먹는 동물들처럼 절제된 이들의 삶이 더 건강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것이야말로 진부한 비유이긴 하지만, 우리의 ‘오래된 미래’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번 아프리카 행은 지식으로 접했던 자연생태에 관한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게 해주는 뜻깊은 계기였다.

장옥관 / 시인ㆍ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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