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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의 잠 못드는 밤] 냉국수 후루룩~ 열대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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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의 잠 못드는 밤] 냉국수 후루룩~ 열대야가 휘리릭~

입력
2007.08.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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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자정을 넘어선 시간에도 동대문 주변 거리는 대낮 같이 환한 조명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찾은 동대문. 시장이 가까워지자 거리를 꽉 채운 사람들과 많은 차, 거기에 현란한 조명까지 한 주 동안 사람 구경 한 번 못한 채 일에만 매달려 온 나로서는 그제서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거리는 생기가 넘쳤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D쇼핑센터는 그날 따라 1층 입구부터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건 쇼핑을 하는 건지 사람을 구경하는 건지 도무지 정신이 없어서 눈으로만 건성으로 휙휙 훑어 보고는 두 시간도 못 돼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오빠! 우리 길 건너에 있는 쇼핑센터로 가 볼까? 거기도 사람은 많겠지만 여기보다는 덜 할 것 같아! 너무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없다.” “그러지 뭐. 그나 저나 난 출출한데….” “나도, 나도.” 쇼핑도 하기 전에 지쳐버린 우리는 둘 다 주린 배를 움켜쥐었다.

길을 건너 동대문 시장 안쪽 먹자골목으로 들어서는데…이야! 이건 말 그대로 노천 뷔페 수준이었다. 한여름 밤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음식 냄새와 목청을 뒤흔드는 아주머니들의 호객 행위까지. 좁은 골목을 비집고 들어선 노점들은 우리 같이 출출한 배를 달래고자 맛 기행에 나선 식객들로 쇼핑센터 못지않게 북적거렸다. 빈대떡, 김밥, 순대, 떡볶이, 보리밥, 족발 등 각양각색의 음식 냄새와 왁자지껄한 사람 소리에 순간 코와 귀가 마비돼버린 느낌이었다. “우리 뭐 먹을까?” “메뉴는 매일 내가 고르니까 오늘은 네가 골라. 그럼 군소리 안하고 다 먹을 테니까.” “그럼 오빠 딴 소리하기 없기다. 저거 어때?” 헉!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내가 싫어하는 콩국수였다. 하지만 망설임도 잠시. 내뱉은 말이 있으니 그냥 먹어야지 어쩌겠나.

콩국수 두 그릇을 식혀서 꾸역꾸역 막상 먹고 보니 특이하게 면을 녹차로 반죽해서 그런지 비린 맛도 없고 시원한 것이 생각 보다 맛이 괜찮았다. 반면 그녀는 콩국수 덕에 더위가 싹 가시는지 “시원하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얼굴 가득 미소만발이었다. 단순한 건지, 아님 순수한 건지. 어쨌든 비록 내가 좋아 하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행복은 나의 즐거움!

음식이란 사람의 지친 몸과 마음을 정리해 주는 일종의 청량제 같은 존재라고 해야 하나. 소박한 냉국수 한 사발에 지친 하루의 피로가 모두 다 풀린다니 말이다.

녹차는 우리 몸에 필요한 좋은 성분이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카페인과 후라보노이드 라는 성분은 우리 몸에 흡수돼 혈관의 피를 맑게 해주고 이로 인해 온 몸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축축 눌어지는 여름,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생활 속 피로를 말끔히 풀기 위해서라도 녹차국수 한 그릇 먹어볼 일이다.

검은콩 녹차국수

녹차밀가루 60g, 불린 검은콩 40g, 어린 새싹 20g, 채 썬 오이 1큰술, 삶은 달걀 1/4개, 소금 검은깨 얼음 약간, 물 적당량

1. 볼에 녹차밀가루, 소금, 물을 넣고 잘 치대어 되직하게 반죽한 후 냉장고에 30분간 넣어둔다.

2. 1의 반죽을 꺼내 밀대로 얇게 민 후 돌돌 말아 적당한 굵기로 썰어 준다.

3. 끓는 물에 2의 면을 넣고 삶은 후 찬물에 얼음을 넣어 차게 식힌다.

4. 불린 검은콩을 끓는 물에 15분 정도 삶아 물 1컵과 믹서에 넣어 곱게 간 후 체에 걸러 냉장고에 30분간 보관한다.

5. 어린 부추새싹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 둔다.

6. 그릇에 3의 면을 담고 4의 콩 국물과 손질된 야채, 달걀을 올린 후 검은깨, 얼음을 곁들여 소금으로 간한다.

/글ㆍ사진 박용일 푸드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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