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도 줄기차게 쏟아지는 빗줄기에 '여름 휴가철 경기'가 실종됐다. 대개 8월 초면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극성을 부려 '더위 특수'가 한창이어야 하지만, 올해는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매일 반복되면서 여름 경기가 종적을 감췄다.
서울의 경우 이 달 들어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을 정도. 아이스크림 등 전통적인 여름상품은 울상인 반면 '방콕'상품들이 때 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굳은 날씨가 계속되자 온라인 업계는 만면에 희색이 가득하다. 게임업계는 원래 10~20대 젊은층이 바캉스를 떠나는 여름 휴가철이 1년 중 최대 비수기. 하지만 올해는 휴가철에 오히려 게임 수요가 느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스포츠게임 이용자 수의 경우 8월 첫째 주(7월28일~8월3일)에 비해 둘째 주(4~10일)에 피파 온라인은 10%, 야구게임 슬러거는 20%가 늘었다.
차이가 있다면 첫째 주의 사흘은 비가 오지 않았지만 둘째 주에는 내내 비가 내렸다는 점이다. NHN의 게임포털 한게임은 7월 평균 동시접속자 수가 올해는 24만명으로 작년보다 1만명이 늘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의 경우도 7월 말 평균 동시접속자 수가 12만3,000명으로 한 달 전(12만4,000명)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인터넷 쇼핑몰도 방콕 쇼핑족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장보기까지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져 옥션 지마켓 디앤샵 등에서는 8월 들어 식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50% 가량 증가했다.
옥션의 경우 1~14일 식품 부문 판매는 전년보다 48% 늘었고, 7월말과 비교해도 10%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이마트의 경우 7월말과 비교해 매장 방문 고객 수가 2% 가량 줄었다.
빙과업계에는 '이러다가 올해 장사를 망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마저 나온다. 8월 초부터 보름간은 연중 아이스크림 매출이 최고조에 이르는 기간.
하지만 이 달 1~8일까지 해태제과의 빙과류 매출은 102억원으로, 132억원을 올렸던 지난해의 4분의 3 수준에 그쳤다. 빙과 업계에서는 8월 매출이 10%가량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유용한 제품들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1~8일 식용유와 밀가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33%씩 늘었다.
게릴라성 폭우에 외출이 줄고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부침개 등 간식거리를 만드느라 소비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DVD타이틀도 매출이 40% 늘었고, 실내빨래건조대(41%), 탈취제(35%), 제습제(6%) 등 장마용품도 잘 팔리고 있다.
반면 자외선차단제(-20%), 선글라스(-5%), 세차용품(-8%) 등 나들이에 필요한 용품의 매출은 주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우산 스타킹 등 비와 관련된 제품은 잘 팔리는 반면 수영복 선글라스 양산은 예년만 못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라 종전의 기상 패턴에 따른 기상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업체들도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맞춰 제품의 연간 포트폴리오를 새로 수립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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