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16일(한국시간) 김병현을 전격적으로 ‘방출대기’(Designated for assignment) 함에 따라 이제 메이저리그에는 단 한 명의 한국인 선수도 남지 않게 됐다. 빅리그에서 한국인 선수가 ‘전멸’한 것은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뛰기 시작한 지난 1996년 이후 11년 만이다.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엔트리가 확대되는 9월2일 이후 빅리그 승격 가능성이 있는 마이너리그 선수도 추신수(클리블랜드) 백차승(시애틀) 류제국(탬파베이) 3명에 불과하다.
1999년 당시 4년간 225만 달러(전체 신인 6위)의 파격적인 액수를 받고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었던 김병현은 친정에 돌아온 지 12일 만에 빅리그 데뷔 후 첫 방출대기 조치의 수모를 당했다. 애리조나가 김병현에게 불펜에서 다시 구위를 회복할 기회 조차 주지 않고 곧바로 내친 이유는 무엇일까?
메이저리그는 냉정하다
애리조나가 플로리다에서 웨이버 공시된 김병현을 데려온 이유는 간단하다. 16일 현재 68승53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애리조나는 지난 2002년 이후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믿었던 좌완 에이스 랜디 존슨이 허리 수술로 시즌을 마감한 상태에서 선발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병현을 영입한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서부지구 2위인 샌디에이고 등 라이벌 팀에 김병현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역신문인 애리조나 리퍼블릭은 ‘애리조나 구단이 김병현을 웨이버 공시를 통해 영입할 때부터 끝까지 함께 할 계획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김병현이 이적 후 2경기에서 2와3분의2이닝동안 9실점의 극심한 난조를 보이자 더 이상 효용성을 느끼지 못해 방출한 것이다.
김병현의 선택은?
앞으로 열흘 동안 김병현을 데려갈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 김병현은 애리조나 산하 마이너리그 행을 택하거나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날 수 있다. 김병현 본인은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하고 있지만 올시즌 벌써 3차례나 팀에서 쫓겨난 그가 곧바로 다른 빅리그 팀의 러브 콜을 받을 공산은 크지 않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건너간 팀 처지에서는 굳이 올시즌 후 FA가 되는 김병현을 데려갈 이유가 없다. 가을잔치 티켓을 노리는 팀도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저니 맨’ 신세로 전락한 김병현을 영입할 가능성은 적다. 때문에 김병현이 차라리 보스턴 시절처럼 마이너리그에서 정상 컨디션을 찾은 후 새로운 팀을 모색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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