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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대폭락/ 신흥시장 불신 탓 한국증시 더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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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대폭락/ 신흥시장 불신 탓 한국증시 더 큰 타격

입력
2007.08.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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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포인트 이상 국내 주가를 끌어내릴 만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파괴력은 강력했다. 언제, 또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에 가장 큰 뇌관이었다.

왜 한국증시가 유독?

전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을 쳤지만, 한국 증시의 낙폭이 가장 컸다. ‘사상 최대 낙폭’ 등 각종 기록이 쏟아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직접 투자한 금액이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미미한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충격이 큰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신흥시장 디스카운트’다. 위기 상황에서는 안전한 곳에 돈이 몰리는 법. 신흥시장, 그 중에서도 가장 투자 규모가 큰 우리나라에서 자금을 빼내 환매자금을 충당하거나, 달러 등 안전자산에 묻어두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은 “신흥시장에 투자할 때는 한국물을 가장 먼저 사고, 빠져나갈 때도 한국물을 가장 먼저 판다”고 말한다.

그동안의 과도한 주가 상승에도 원인이 있다. 3월 1,300선에 불과했던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7월말 2,000 고지를 돌파하는 등 불과 4개월여만에 700포인트 급등했다. 분명 이상 과열이었다. 조정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에, 해외 악재인 서브프라임 파장이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의 증시 급락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시장 관계자는 “한국 증시는 바닥 다지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외부 요인에 의한 이번 조정이 오히려 추세적인 상승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펀더멘털은 건전

이번 금융불안이 미국 대공황이나 아시아 금융위기 때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경제 펀더멘털이 좋다는 점. 물론 증시불안으로 기업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실물부문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지만, 자금 줄이 아예 막혀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1930년대 대공황 땐 기업부문의 과도한 재고와 부채 때문에 금융불안이 실물로 바로 옮겨 붙었으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또 신흥시장의 누적된 부실과 이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된 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와는 달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기본적으로 미국내의 문제이고 따라서 미국 스스로 문제해결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공조체제가 확고한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 등 보다 적극적 대응에 나서면 사태가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FRB가 그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금리인하가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는데다, 유동성 장세에 비롯된 사태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15일 이번 사태 이후 최초의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증시 급락세를 ‘조정(adjustment)’이라고 표현하며 “이번 금융불안이 향후 성장의 일정 부분을 훼손할 수 있지만 현재 글로벌 펀더멘털은 그런 손실을 충분히 흡수할 만한 상황”이라고 낙관했다.

제2의 환란?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것. 경기 회복세가 그다지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되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소비심리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 부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사전에 차단하지 않으면 회복세에 있는 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엔캐리 트레이드(저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각국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자금)의 청산이 가속화되면서 해외 투자자금의 탈(脫) 한국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것 또한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

그렇지만, ‘제2의 환란’을 운운할 단계는 아니다. 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환란 당시처럼 환율이 폭등하는 수준도 아니다”며 “과도하고 예민한 심리적 패닉이 상황을 실제보다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시장 참가자들이 평상심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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