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거기에 나는 없어요. 잠들어있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의 노래부르기클럽에서는 3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한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가사와 멜로디에 심취한 가객들은 노래가 끝난 뒤에도 한참동안 여운에 젖곤 한다.
노래 ‘천 갈래의 바람이 되어’가 지금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가히 신드롬이다. 성악가 아키카와 마사후미(秋川雅史)의 싱글 앨범은 10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 클래식 풍의 노래로는 기적과도 같은 판매량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함께 노래 부르기 모임’이 생겨나고, 이 노래를 소재로 한 책과 드라마 연극 영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적ㆍ사적 추도식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등 ‘국민노래’로서 모자람이 없다.
가사로 사용된 시는 1987년 마릴린 먼로 25주기 추모식에서 낭독되는 등 미국과 유럽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는 아일랜드공화군(IRA)의 테러로 사망한 24세의 청년이 부모에게 “죽으면 봉투를 뜯어보라”며 이 시를 남긴 사실이 알려져 큰 반향을 일으켰다. 9ㆍ11테러 1주기 추모 때는 11살 소녀가 테러에 희생된 아빠를 그리며 시를 낭독, 추모식장을 숙연케 했다.
노래 ‘천 갈래의 바람이 되어’는 2003년 11월 일본 작가 아라이 만(新井滿)이 작자 미상의 영시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를 번역해 곡을 붙였다.
그는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위로한다는 시적 발상에 충격을 받아 노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처한 친구에게 이 노래를 보냈는데 나중에 언론에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 후 2006년 말 테너 가수 아키카와의 노래가 NHK의 홍백전에서 소개되면서 열풍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이 노래가 “일본인 특유의 감성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며 “상처를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가사와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사람들이 위로와 용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고로 6살 자식을 잃은 이토 요코(伊藤陽子ㆍ여)씨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눈물이 났지만 점점 마음이 편해지고 다시 힘을 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 천 갈래의 바람이 되어
나의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거기에 나는 없어요. 잠들어있는 것이 아닙니다.
천 갈래의 바람이
천 갈래의 바람이 되어
저 광활한 하늘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햇살이 되어 밭을 비추고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되고
아침엔 새가 되어 당신을 깨우고
저녁엔 별이 되어 당신을 지킵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