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말복(末伏)을 지나도 찜통 더위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열치열로 더위를 극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콜라와 사이다 등 청량음료, 이온음료, 맥주, 아이스 커피 등 더위를 쫓는 차가운 음료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가운 음료는 잠시 더위를 잊게 하고 축 늘어진 몸에 각성작용을 하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치아 건강에는 독이나 다름없다.
■ 청량음료와 찬 음식은 치아 손상의 주범
더위를 쫓기 위해 먹는 음식 중에도 유독 치아에 해를 입히는 것들이 있다. 청량음료와 이온음료, 맥주, 그리고 아이스커피와 빙과류 등이다.
콜라와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는 특유의 맛을 내기 위해 강한 산성성분을 첨가하는데, 이런 성분이 치아를 부식시킬 수 있다. 보통 입 속 산도가 PH 5.5 이하이면 치아를 보호하는 에나멜 층이 손상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청량음료의 평균 산도는 PH 2.5~3.5 정도이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마시면 에나멜 층이 산과 반응해 녹게 된다. 이온음료도 탄산음료 못지않게 산성 성분이 강하다. 게다가 두 음료 모두 가공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충치의 원인이 되는 단당류가 많이 포함돼 있다.
맥주 역시 여름철에 빼놓을 수 없는 마실 거리다. 특히 열대야가 한창일 때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맥주도 치아를 해칠 수 있는 음료다. 보리를 발효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설탕이 들어가기 때문에 맥주를 마시면 치아 표면에 당분 찌꺼기가 눌어붙게 된다.
맥주와 함께 오징어, 땅콩 등을 안주로 한다면 치아는 이중으로 공격을 받는 셈이다. 오징어나 땅콩은 질기고 딱딱해서 씹는 과정에서 치아 마모가 생길 수 있다.
식사 후에 즐겨 마시는 아이스 커피는 무더위로 인해 긴장감을 잃을 때 각성 효과가 있어서 좋다. 그러나 커피와 곁들이는 설탕, 시럽, 생크림 등에 함유된 당분은 입 속의 산도를 높이고 세균을 만들어 충치나 치주염을 일으킨다. 게다가 커피의 갈색 색소는 치아 착색까지 유발한다. 치아 표면은 언뜻 보면 매끄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다. 커피와 같은 유색 음료를 마시면 이 미세한 틈으로 색소가 침투해 치아 색깔이 누렇게 변한다.
여름철에 즐겨 먹는 아이스크림은 치아와 잇몸에 과도한 자극을 주어 치아를 시리게 한다. 특히 잇몸에 패여 있거나 치아 표면이 벗겨진 경우에는 시린 증상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딱딱한 빙과류를 먹을 때 치아가 부러지거나 흔들리는 등 외상을 입을 수 있다.
여름철 불쾌 지수를 낮춘다며 먹는 달콤한 초콜릿이나 캐러멜 등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당분 함유량이 높을 뿐만 아니라 치아에 달라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밖에 여름철에는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음식물에 식초를 첨가해 먹는 경우도 많다. 식초에 포함된 강한 산성 성분이 살균과 해독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식초를 많이 뿌려서 음식을 먹는 경우 강한 산성성분이 치아를 부식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 치아와 궁합 맞는 음식 있다
그렇다면 더위를 식히면서도 치아를 손상시키지 않는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생수와 과일, 채소를 들 수 있다.
차가운 생수는 갈증 해소를 위해서도 좋을 뿐 아니라 인공첨가물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아 치아에 해가 되지 않는다. 생수 외에 보리차나 녹차, 감잎차 등을 차갑게 해 자주 마시는 것도 좋다.
특히 녹차와 감잎차에는 충치 예방 성분이 들어 있어 치아 건강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입안에 유색 색소가 남아 치아가 착색될 수 있으므로 차를 마신 후에는 물로 입안을 헹구는 것이 좋다.
복숭아, 배, 토마토, 오이, 당근 등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이나 채소류도 치아 건강에 도움을 준다. 씹는 과정에서 섬유질이 치아 표면을 닦아주기 때문이다. 입안 피부를 마사지해 입 냄새를 제거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인공첨가물이 들어간 음식물을 먹게 되는 경우에는, 차이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섭취해야 한다. 먼저 치아를 손상시킬 수 있는 청량음료, 이온음료 등을 마실 때에는 입 속에 오래 머금지 말아야 한다. 음료는 목으로 바로 넘길 수 있도록 빨대로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음료가 치아에 닿는 면적이 줄면 그만큼 치아 부식이나 충치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실 때에는 가급적 충치를 일으킬 수 있는 설탕이나 크림 등의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블랙이 부담스러우면 우유를 약간 넣는 것도 좋다. 특히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이빨을 사용하는 것은 치아를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삼간다.
음료나 빙과류를 먹은 뒤에는 물로라도 입 속을 헹궈주는 것이 중요하다. 음료와 빙과류 속에 함유된 인공첨가물은 입자가 매우 작아서 치아 표면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입 속을 헹굴 때에는 여러 번 빠르게 헹군다.
오이냉국, 미역냉국 등 식초가 많이 첨가된 음식을 먹은 뒤에도 마찬가지. 산성성분이 입 속에 남지 않도록 곧바로 입을 헹군다.
하지만 무엇보다 음식 섭취 후 가능한 한 빨리 양치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칫솔질은 위아래로 원을 그리듯이 하면서 골고루 닦아준다. 칫솔은 칫솔모가 너무 강하지 않은 것으로 선택하고 치약은 불소성분이 함유된 치약을 사용하도록 한다.
양치질을 할 수 없다면 무설탕 껌을 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설탕 껌은 10분 이상 씹으면 치아 표면에 붙어 있는 산이나 당분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침샘을 자극하여 침의 분비를 증가시켜 산과 당분을 자연스럽게 제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치아 치료 빠를수록 돈 번다
이미 치아가 손상된 상태라면 가급적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우선 치아가 시리다면 코팅제 역할을 하는 불소를 덮어주면 된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노출된 에나멜 층을 덮어주는 레진 충전 치료와 CO2레이저 치료를 병행한다.
충치가 생겨 통증이 생긴 경우에는 충치치료를 받는다. 충치치료는 치아가 썩은 부위를 긁어내고 그 자리에 인공충전물로 채우거나 금관이나 사기관으로 덮어씌우면 된다. 단, 신경까지 손상됐다면 신경치료 후에 충치를 치료해야 한다. 누렇게 변색된 치아는 레이저나 광선을 이용한 미백치료로 제 색을 찾을 수 있다.
도움말=연세대 치과대병원 구강내과 안형준 교수, 강남성모병원 치과 양성은 교수,요요치과 김태성 원장
■ 치아 건강 10가지 수칙
1) 항상 치아의 고마움을 알자
2) 곡식, 과일, 채소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즐기자
3) 너무 무른 음식, 당분이 많은 가공식품, 청량음료 섭취를 줄이자
4) 칫솔질은 올바른 방법으로 성의있게 하자
5) 정기적인 구강 검진을 습관화하자
6) 치아를 무리하게 사용하지 말자 (치아로 병 따기 등)
7) 치아 상실은 음식을 통한 영양섭취를 어렵게 해 건강을 잃게 한다.
8) 격렬한 운동을 할 땐 보호 장치를 하자
9) 치아치료에는 인내가 필요하며,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10) 특히 12세부터는 충치, 15세부터는 잇몸질환에 주의한다.
<자료:강남성모병원 치과>자료:강남성모병원>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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