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대선 구도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른바 '빅3'조차도 지지율 정체로 고민이 크다. 20일부터 예비경선이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기대는 있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나라당에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 대선에서 자산이 되고 효자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전력에 대한 타 대선주자 측의 공세에 대해선 "분열과 갈등을 야기한 열린우리당의 낡은 정치 행태"로 규정했다. 최근 범여권 내에서 자신의 한나라당 전력과 정체성에 대한 공세가 이어지는 데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손 전 지사가 그간의 무대응 기조를 180도 바꾼 데는 3~5%대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반등시키겠다는 전략이 작용했다. 더 이상 방어적, 수세적 입장을 고수해서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그는 "미래 비전을 갖고 경쟁하자"고 말했다. 과거 문제에 대해 강공책을 펴면서 집권 비전을 제시해 지지율 반등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 준다.
호남권 외엔 이렇다 할 만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은 평화 이슈 선점과 대통합 완결을 지지율 반등의 고리로 보고 있다. 통일부 장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면담 등의 이력을 적극 홍보해 남북정상회담 국면에서 국민들에게 '통일 대통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민주당의 신당 합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통합의 완성자라는 평가를 기대하는 것이다. 캠프에선 민주당과의 연결고리로 정 의장만한 이가 없다는 자부심도 상당하다.
최근 지지율이 1~3%대까지 떨어진 이해찬 전 총리도 평화 이슈 띄우기에 적극적이다. 정상회담 성사의 막후 조정자이자 노무현 대통령에게 회담 의제를 직접 제시할 수 있는 실력자임을 강조하는 식이다. 주변에선 친노 대선주자 간의 단일화도 결국 이 전 총리의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지율 반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범여권 빅3가 공히 일차 관문으로 삼고 있는 것은 예비경선이다. TV토론 과정에서 국민에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본경선의 표심을 가르는 바로미터라는 점 때문이다.
각 캠프에선 선거인단 모집 경쟁이 한창이다. 손 전 지사 측은 100만명을 목표로 정했고, 정 전 의장 측은 1인당 지인 1,000명을 모으는 천지인(千知人)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전 총리 측은 신당에 흡수된 우리당 승계당원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예비경선 1위 전략도 각기 다르다. 손 전 지사 측은 현역의원의 추가 영일을 통한 대세론 확산, 정 전 의장 측은 범여권의 적통성 강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전 총리 측은 본선 경쟁력을 강조할 방침이다.
한편 장상 전 민주당 대표가 23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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