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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기업 자사주 매입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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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기업 자사주 매입의 함정

입력
2007.08.1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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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 가뜩이나 우량 주식 물량이 부족한데, 또 자사주 매입이라니…”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서울역의 명물인 대우빌딩 매각 자금(1조원가량)으로 대우건설에 대한 감자와 자사주 매입을 검토한다는 공시를 내자 증권사 관계자는 “자산을 팔아서 주가 올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는 금호그룹이 지난달 대우빌딩 매각 시 “대금은 대우건설의 역량 강화에 쓰겠다”고 천명한 것과도 맞지 않는다. 건설업계 1위인 대우건설의 투자 확대나 경쟁력강화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금호의 이 같은 행태는 주가를 올려 대우건설 인수 자금을 대준 투자자들에게 적정 수익금을 보장하기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 부양만을 위한 자사주 매입은 비단 금호그룹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올 들어 자사주를 사들인 기업은 삼성전자와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185개사에 이른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한 경영권 방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경쟁력 강화나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기업의 미래는 없다. ‘실탄’을 주가부양에만 쓸 경우 장기적으론 회사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계의 큰 손으로 주요 상장사의 대주주로 부상한 박현주 미래에셋회장이 이를 보다못해 최근 “주식 보유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 돈을 쌓아 놓지만 말고 투자에 나설 것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우리 경제는 수출은 늘어나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 ‘고용없는 성장’ 병에 걸려 있다.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언발의 오줌누기’식의 자사주 매입 행태를 지양하고, 투자를 늘려 매출증대-수익 향상-주가 상승-일자리 확대의 선순환을 촉진시켜야 한다.

안형영 경제산업부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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