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싹을 틔웠던 민간소비가 꽃도 제대로 피지 못한 채 시들 태세다. 고착되어버린 고유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증시부진, 여기에 고금리 압박까지 가세한 3중고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민간소비가 부진해지면 전체 실물경기 회복도 요원할 수 밖에 없다.
■ 악재1 금리인상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 잔액은 5월 말 현재 450조3,690억원. 한국은행의 콜금리 목표치는 최근 두 달 연속 상향 조정돼 0.5%포인트 올랐는데, 시중금리에 모두 반영될 경우 일부 고정금리 상품을 감안하더라도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는 연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은행권의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약 204조원이다.
모건스탠리의 샤론 램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한은의 콜금리 인상 직후 보고서를 통해 “금리에 대한 부담이 더 가중됐기 때문에 소비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며 “소비 회복이 더딘 데다 3분기 글로벌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의 성장 속도도 단기적으로 느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악재2 서브프라임 파장
상반기 경기회복과 민간소비개선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주가상승. 이른바 자산가치가 늘어나면 소비개선으로 이어지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코스피 2,000포인트를 찍은 지 20일 만에 단기 급등 부담과 서브프라임 충격으로 20% 가까이 뒷걸음질쳤다.
증시 조정은 자산효과를 상쇄시켜 결국 가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 주 우리 증시가 유독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서브프라임 악재에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 위축 우려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장기화될 공산이 크고 국내증시 역시 장기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가활황을 추진력 삼았던 소비 개선도 한계를 띨 전망이다.
■ 악재3 고유가
높은 유가는 이제 한국경제, 세계경제의 상수(常數)가 되어 버렸다. 기름값의 소비탄력성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고유가가 소비심리의 해빙을 가로막고 있음은 틀림없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3.5%,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율이 42.0%에 이른다. 이 때문에 투자나 수출 호조에 의해 경기 회복이 촉발될 수는 있지만 이후 소비확장세가 동반되지 못할 경우 회복세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 문제를 딛고 경기 회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고용 시장 활성화와 함께 가계 부채 문제의 연착륙,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가계 구매력 확충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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