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후에라도 내 재산과 몸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10일 별세한 김복순(83) 할머니가 자신의 전 재산과 시신을 경희대에 기증했다.
경희대에 따르면 1998년 11월 김 할머니는 서울역 앞에서 우동 장사를 하며 평생을 모은 돈으로 마련한 시가 2억7,000만원 상당의 빌라를 사후에 경희대에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2002년 4월엔 당시 보유하고 있던 현금 8,800만원을 대학 측에 맡겼다. 그리고 10일 숨을 거둘 때 “늙은 몸이지만 내 모든 것이 학생들의 배움에 조금이라도 유익하게 사용된다면 얼마나 고맙겠냐”며 경희대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했다.
김 할머니는 40여년 전부터 고아였던 어린 아이 세 명을 직접 거두어 키웠다. 할머니의 봉사 정신은 세 명의 딸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됐다. 김 할머니의 세 딸은 9년 전 “우리를 이만큼 키워 주신 것만도 고마워요. 그 이상 무얼 바라겠어요”라는 말과 함께 상속을 포기했다. 할머니를 모시고 살던 막내딸 김미진(26)씨는 할머니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둘째 딸 심명희(38)씨의 남편 하민호(39)씨는 “장모님께서 입버릇처럼 사회에 모든 것을 기증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고귀한 삶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나로서는 전혀 생각 할 수 없었던 일이었는데 장모님의 삶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아 내 삶의 방향도 바꿨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70년대에는 고향인 거제 창호초등학교에 책상 걸상 풍금 등을 수 차례 기증해 거제군 교육장 표창을 2번 받기도 했다. 1997년 IMF 위기 때에는 생활보호 대상자들을 위해 내복 150벌을 사다가 성북구청에 기부했다. 김 할머니의 이웃들은 “독실한 불교 신자셨던 할머니는 조금이라도 딱한 처지에 처한 이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비의 정신을 실천해 어떻게든지 도우려 했다”고 입을 모았다.
경희대 관계자는 “할머니가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학생들을 손자 손녀처럼 아끼며 애정을 보이셨다”며“고인과 가족들의 귀한 뜻을 기리기 위해 ‘김복순 장학재단’을 설립, 어려운 환경 속에 공부하는 학생들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시영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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