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소설의 성공 요인은 포스트 IMF시대의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대중의 정치적 무의식을 건드리는 데 있다.”
문학평론가 김영찬(42)씨가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등 ‘김훈 표 역사소설’이 지닌 문학적 특질과 그 사회문화적 의미를 밝힌 글을 실었다. 남한산성> 현의> 칼의>
그간의 김훈씨 관련 비평이 작품 속 정치적 보수성을 읽어내는 작업에 치중했다면, 김씨의 경우는 한발 나아가 그것이 현재의 한국 사회 현실과 어떻게 조응하는가를 분석하고 있어 흥미롭다.
김씨는 김훈씨의 작품을 “역사의 옷을 빌려 작가의 세계관을 독백하는 자의식적 소설”로 규정하면서 그 자의식을 ‘불가피의 미학’과 ‘인간의 동물성에 대한 안쓰러운 긍정’으로 정리했다. 전자는 작가가 전쟁을 겪는 개인의 무력감을 비장하게 묘사하는 것, 후자는 인간과 동물이 끼니를 때우는 장면을 집요하게 그리는 것과 관계 깊다.
이처럼 삶의 무력감과 비루함을 오히려 유려하게 미학화하는 김훈씨의 태도에 대해 김씨는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시장체제 속에서 ‘먹고 사는 일’에 불안을 느끼는 대중 독자에게 정신적 품격을 부여해준다”고 분석했다.
김씨는 그러나 “김훈 독자들은 먹고 살아야 한다는 지난한 생물학적 당위에 압도된 비루한 삶에 대한 위안과 속화된 보편주의의 알리바이를 제공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면서 “김훈의 소설은 세상의 참혹함을 독자들에게 미학화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 이면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문제들을 은폐할 위험이 있다”고 그 부정적 측면을 우려하기도 했다.
김씨는 “김훈의 소설은 개인 고유의 가치를 방어한다는 점에서 2000년대 젊은 문학과 공유점이 있다”며 “그러면서도 일각의 신진 작가들과 달리 공상, 판타지로 도피하지 않고 현실의 감각과 고통을 적극적으로 환기하고 성찰하는 미덕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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