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의 후폭풍은 14일에도 계속됐다.
이날 뉴욕과 유럽증시가 다시 큰 폭으로 급락했다. 신용경색이 고위험 채권에서 우량채권으로, 헤지펀드 등에서 우량 투자기관으로 전이되면서 곳곳에서 돈줄이 막히는 현상이 속출했다.
시장을 뒤흔든 최대 악재는 미국 자산운용사인 ‘센티넬 매니지먼트’ 그룹이 산하 펀드에 환매를 중단했다는 소식. 고위험 채권이 아니라 단기 기업어음(CP)와 투자등급채권, 미 국채 등에 주로 투자했던 센티넬까지 환매 중단을 선언하자 전날 진정세를 보였던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1.57% 급락했고, 영국 FTSE 100지수도 1.21% 반락했다.
센티넬은 전날 투자자들에게 “환매요구가 몰리면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고 보유 자산을 매각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투자자들의 불필요한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환매 자제를 요청했으나 결국 손을 든 셈이다.
신용경색의 불똥은 센티넬 외에 우량 모기지 업체인 ‘소른버그 모기지’에도 옮겨 붙었다. 이날 소른버그는 “최근 시장의 혼란으로 AAA 등급의 모기지 채권 가격이 전례 없이 하락하면서 마진콜(선물가격 하락에 따라 최초 채권 선물거래 때 거래 이행보증금 성격으로 예치한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하라는 요구)이 늘어나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며 주주 배당금 지급일을 한 달 이상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날 소른버그 주가는 최대 47%까지 폭락했다.
신용경색의 국제적 전이 현상도 추가로 나타났다. BNP파리바에 이어 이날 캐나다 신용평가기관인 DBRS는 “‘코벤트리’ 등 17개 캐나다 자산유동화기업채권(ABCP) 발행업체들이 단기 채권 만기연장에 실패해 은행들에 긴급자금을 요청했다”고 밝혀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이날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최근 신용경색이 소비까지 위축시켜 실물경기의 둔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한편 ‘투자의 귀재’로 꼽히는 워런 버핏은 최근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에도 불구하고 금융주 투자를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나 주목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버핏의 투자사인 ‘버크셔헤더웨이’가 6월30일 기준으로 전혀 보유하지 않았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식 870만주 보유를 공시하는 등 약세를 틈타 은행, 보험 등의 금융주를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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