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 를 보면서 놀라웠다. 우리의 이무기 전설이 영화소재로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500년 전의 조선 마을이 나오고, 미국인 배우들이 “이무기” “여의주” 등을 어눌하게 발음하고 있었다. 디>
신기하고 아슬아슬하고, 또한 문화적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점이 인터넷 논란 속의 ‘애국주의 마케팅’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점이 할리우드 영화에 맞서 세계 영화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심형래 감독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 신화와 전설은 민족이 지녀온 집단 무의식의 산물이다. 동양인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신통력을 발휘하는 용에 상서로운 꿈을 실어 왔다. 그러나 또한 우리의 많은 속담은, 용이 되는 것은 지극히 어렵고 선택적인 일이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
우리는 이무기를 두려워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심연이나 바다 속에서, 용이 되지 못한 원한과 고통을 품고 오랜 세월 뒤척이고 있을 이무기는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불안하게 짓누르고 있다. 특수효과를 이용한 영화를 만들기에 용과 이무기의 대결만큼 적합한 소재도 드물다.
▦ <디 워> 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 사이에, 그리고 그 논쟁에도 힘입어, 엄청난 관객이 몰리고 있다. 물론 전설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라도 일정한 사실적 미학은 갖춰야 한다. 그러나 평론가들이 <디 워> 를 평가하는 기준은 지나치게 엄격하다. 엄격히 본다면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라고 허점이 없을까. 해리포터> 반지의> 디> 디>
외국 영화에는 평을 아끼고, 우리 영화에는 평가가 인색한 것이 아쉽다. 일반 관객의 기준은 너그럽다. 그들의 평가가 늘 관대한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도 지난 봄 평론가들이 극찬한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을 싸늘하게 대한 엄격함이 있다. 천년학>
▦ <디 워> 는 다음달 미국 내 1,500개 개봉관에서 상영된다. 특수효과 영화의 원조 격인 미국의 반응을 기다리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마침, 미국에서 오래 대학교수를 하는 친구와 <디 워> 를 함께 보았다. 디> 디>
그가 먼저 감상을 물었다. “괜찮은데” 하자, 그도 “낫 뱃(나쁘지 않다)”이라고 말했다. 최근 <화려한 외출> 도 관객 500만 명을 넘어섰다. 누군가 두 영화를 묻기에 답한 적이 있다. “ <디 워> 는 괜찮은 영화이고, <화려한 외출> 은 좋은 영화”라고. 화려한> 디> 화려한>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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