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곡동 땅에 대해 “이상은씨 보유 부분은 제3자의 차명재산 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중간수사 발표와 관련, 검찰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가 결국 정면 충돌했다.
이 전 시장 캠프측 공세에 대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15일 검찰의 반박은 공식발표라는 형식면이나 표현의 강도 측면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작심하고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느낌이 강하다.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공작수사’, ‘정치검찰’ 등 비판은 낯선 일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가 진행될 때나 수사 결과가 어느 한쪽에 불리하게 나올 경우 정치권의 ‘검찰 때리기’는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됐다.
그러나 검사 개개인이 아닌 검찰 조직이 반박 자료를 만들면서 공식 대응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검찰 중립성 훼손” “검찰에 대한 정치적 압력” 등 표현의 강도가 높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경수 대검 홍보기획관은 “내부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자료를 냈으며 자료 배포 사실은 정상명 검찰총장에게 보고됐다”고 말해 정 총장과 대검 간부들의 의견이 대폭 반영된 결과물임을 시사했다. “열심히 수사해 결과물을 내놓았는데 정치검찰로 몰아가니 우리도 뭔가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김 기획관의 발언에서도 검찰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검찰의 강수는 이 전 시장측의 비판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측은 수사결과 발표일인 13일 밤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앞에서 밤샘 항의 농성을 벌인데 이어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에 나설 수 있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또 정 총장과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최재경 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예고까지 한 상태다. 검찰 입장에서는 검찰 고유 권한인 수사권이 정면으로 부정됐다는 점에서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특히, “(도곡동 땅과 관련해) 지금까지의 자금 조사 내용이나 관련자 진술을 소상히 밝힐 용의도 있다”는 부분은 사실상 이 전 시장 캠프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도 읽혀진다.
이와 관련, 검찰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와 관련해 중간수사결과에서 밝힌 내용 이상의 방증을 더 확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일(19일)까지 남은 사흘 동안 검찰이 추가 발표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는 의미다.
이래저래 이번 경선은 마지막까지 ‘검찰 변수’가 강한 위력을 발휘한 경선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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