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 있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다큐멘터리 영상에 담아 온 영국의 대니얼 고든(35) 감독이 <푸른 눈의 평양 시민> (2006년) 국내 개봉(23일)을 앞두고 방한했다. 푸른>
이 영화는 1960년대 초 비무장지대 근무 중 월북한 미군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고든 감독은 “스스로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40년 동안 평양 시민으로 살고 있는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며 “21세기의 가장 흥미로운 휴먼스토리”라고 자신의 영화를 소개했다.
그가 북한에서 영화를 찍은 것은 <천리마 축구단> (2002년), <어떤 나라> (2004년)에 이어 세번째다. 세 편의 영화를 찍으며 10개월이 넘는 시간을 평양에서 보낸 그는 “북한 사람들은 내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었다”며 “미디어에 비친, 로봇처럼 경직된 이미지는 실제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어떤> 천리마>
그가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뜻밖에도 축구다. 스포츠PD 출신인 그는 66년 영국 월드컵에서 8강 신화를 일군 북한 축구대표팀을 취재하기 위해 4년에 걸친 접촉 끝에 2001년 서양인 최초로 평양에서의 촬영 허가를 받았다.
고든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이해가 덜 된(least understood) 나라에 20여 차례 드나들면서, 북한은 다른 어느 나라와도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든 감독은 “<어떤 나라> 를 찍을 때 순진한 여학생의 말이 미국을 비판하는 살벌한 내용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는데, 그 말투는 영어 수업 때도 똑같았다”며 “북한 주민들의 성품이 전투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 문화가 그런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다른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북한의 매력”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어떤>
<푸른 눈의 평양 시민> 의 주인공은 62년 군사분계선을 넘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제임스 드레스녹. 영화는 드레스녹의 눈을 통해 다른 미군 탈영병들과의 우정과 갈등, 북한에서의 삶, 그들을 향한 북한 주민들의 시선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만만치 않은 소재의 다큐멘터리지만 극의 전개는 꽤 경쾌해 극영화와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푸른>
영화 제작 자체보다 제작비 마련에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그는 “힘든 작업이지만 영화로 만들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다시 평양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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