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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계의 기린아 허윤진 첫 비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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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계의 기린아 허윤진 첫 비평집

입력
2007.08.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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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생, 국내 최연소 문학평론가 허윤진씨. 23세 때인 2003년 계간 <문학과사회> 로 등단한 후 한국문학의 새로운 감각과 사유, 상상력을 탐문하는 전위적 비평으로 주목받아 왔다.

올 초 계간 <세계의문학> 편집위원으로 전격 발탁돼 ‘비평계의 기린아’임을 다시 입증한 그가 그간 써온 평론 중 15편을 묶어 첫 비평집 <5시 57분>(문학과지성사 발행)을 냈다. 제목은 “꿈(비평)의 고통보다 현실(창작)이 더 고통스러움을 알게 되는 겸허한 새벽의 시간이 진정한 비평의 토양”이라는 의미다.

허씨의 글에서는 현학적 논리와 건조한 문체라는, 비평에 대한 통념과 거리가 먼 문학적 아우라가 감지된다.

동년배 소설가 김애란, 한유주의 작품을 소노그램(음성 기록), 비평하는 자신을 아키비스트(기록 보관인)로 비유하는 도입부로 글을 열기도 하고(‘Sonogram Archive Serial Number 6002’), 조연호 시인과의 인터뷰 내용을 여러 단락으로 쪼개 시간 아닌 의미 순으로 배치하기도 한다(‘대화의 퍼즐, 흩어진’). 작품에 뒤따르는 2차적 텍스트라는 비평의 숙명을 잊게 하는, 그 자체로 창작을 닮은 글쓰기다.

그의 새로운 비평 쓰기는 비평의 정신에 더욱 충실하려 한 결과다. “비평 대상을 여러 번 정독하면 작품 구조와 작가의 무의식이 직관으로 파악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내용을 건조하게 풀어낼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엔 그것을 형상화할 수 있는 글쓰기 형식을 찾기 시작한다.” 김애란, 한유주의 소설을 소노그램으로 표현한 것은 이들의 글이 묵독보다는 음독에 걸맞은, 구술문화적 전통에 닿아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다.

이처럼 그의 문학 독해와 서술은 전위적이지만 비평 자체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고전적이다. 그는 1950, 6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실증적이고 정밀한 독해를 강조하는 ‘신비평’을 이론적 기반으로 삼는다.

근대문학 종언론을 비롯한 포스트모더니즘적 논의는 경계한다. 박민규, 김언수 등의 작품이 “현실이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하는 ‘환상’이 아니라 개인적 소망의 현현인 ‘공상’이어서 독자를 미학적으로 쇄신하지 못한다”(‘춤추는 우울증’)는 매서운 진단은 소설의 사회성, 문학의 근대성을 환기시킨다.

그는 비평가로 등단한 이후 한동안 시, 소설 습작을 했다. 비평가로서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에 당도하려는 직업윤리 때문이었다. 허씨는 “비평은 텍스트 이면에서 작가의 무의식을, 나아가 그의 문학적 미래가 당도할 지점까지를 짚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에게 영향력을 끼치려는 권력 의지가 아니라, 친한 친구가 건네는 선의의 조언 같은 것”이 그가 꿈꾸는 비평이다.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올해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한 허씨는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20일 출국, 1년간 체류할 예정이다.

글ㆍ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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